정상태 < (주)정우공영 회장 >

건설공사 입찰제도 개선은 건설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현행 적격심사제도는 주택복권 당첨식 낙찰제도다.

그나마도 1백억원 이상 대형공사의 낙찰률은 정부예정가격의 73%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작년 9월9일에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때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 적용하던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는 대신 적격심사제도를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1백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작년말부터 정치권과 언론에서 크게 부각된 반면,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 적용되던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 폐지와 "적격심사제도"적용
에 따른 문제는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공사에 적용되는 현행 적격심사제도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철저하게 기득권자에게 유리하고 또 실적이 적은 소규모 업체나 신규업체는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가 적용되던 작년 9월 이전까지는 시공실적이 적은
소규모 업체와 신규업체들도 30억원 미만 공사에 입찰하여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도하에서는, 비록 "주택복권 당첨식"이라는 문제점은
현행 적격심사제도와 마찬가지였지만, 입찰가격만으로 낙찰자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소규모 공사에도 적격심사제도가 적용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적격심사제도는 시공실적, 경영상태 및 입찰가격 점수를 모두 합산하여
낙찰자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실적이 적은 소규모 업체나 아예 실적이 없는 신규업체는 시공실적
점수때문에 낙찰의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다.

대신에 건설업면허를 먼저 취득하여 실적을 쌓은 기존 중소업체들이 최근
등록한 신규업체나 소규모 업체의 수주물량을 나눠 갖고 있다.

건설업 면허제를 등록제로 바꾸어 시장진입 규제를 완화한다면서 소규모
공사에 대해 적격심사제도를 적용함으로써 그 이전보다 실질적으로 더 높은
진입장벽을 세워 놓은 셈이다.

정부에서는 현행 적격심사제도를 통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부실 건설
업체나, 이름뿐인 건설업체의 시장퇴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새로 건설업 등록을 받은 신규업체나 실적이 적은 소규모
업체가 퇴출대상이 되고 있다.

건설시장에 진입한 시기가 늦어서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수주기회를 박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없는 신규업체나 소규모 업체에게는 공사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현재 토목.건축공사업 등록을 하기 위해선 자본금이 10억원은 있어야 하고,
기술자도 10명이 필요하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여 신규 건설업체로 등록한 뒤 공사입찰을 한다.

그런데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1~2억원 짜리 공사도 수주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아무리 실적이 없다고 자본금 10억원에 건설기술자 10명을 거느린 회사가
1억~2억원 짜리 공사 한건 수행못한다고 볼 수 있는가.

게다가 소규모 공사는 거의 전부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단순 공사 아닌가.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여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3억원
미만 공사에 대하여 시공실적이 적은 소규모업체나 신규업체의 수주가 가능
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지자체" 발주공사중 "3억원 미만" 공사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소규모업체나 신규업체의 불만은 해소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

30억원 미만의 모든 공공공사에서 입찰과 낙찰이 가능했던 작년 9월 이전과
비교해 볼 때, 3억원 미만의 지자체 발주공사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정부조치를
충분하다고 받아들일 리 없다.

기존 건설업체의 기득권을 유지해 주는 현행 소규모공사 적격심사제도는
30억원 미만의 모든 공공공사에 대해 신규업체와 또 실적은 적지만 기술능력
이나 경영상태가 좋은 소규모 업체에게 수주기회를 확보해 주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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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