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은 오랫동안 종합예술에 비유되곤 했다.

한 분야에만 밝아서는 기업이라는 큰 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CEO(최고경영자)가 굳이 인적자원 재무 생산 마케팅 회계 등을 두루 꿰고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집중된 핵심역량과 아이템으로 승부를 거는 벤처의 세계에선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벤처기업을 이끄는 여성기업인 가운데 자신의 핵심역량을 발휘,
성공신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인 사회분위기로 비즈니스 현장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여성
전문가들이 벤처 CEO로 탈바꿈하면서 경영 재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전직은 애니메이션 감독, 디자이너, 패션전문가, 방송PD 등 무척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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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사업을 펼치는 애니메이션 감독 =서울 역삼동 서울영상벤처센터에
입주해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업체 아이코( www.ico.co.kr ).

이 회사는 요즘 데스크톱PC의 도우미 역할을 해주는 남희석 H.O.T 등의
인기스타 아바타 서비스( www.abata.co.kr )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아바타는 사이버 공간에서 네티즌의 일을 대신 해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재미있고 개성있는 아바타를 만들어낸 아이코의 CEO 정진영(36) 사장은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이다.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83학번)를 졸업하고 AC프로덕션에서 일본 만화영화
"고스트 바스터" 등을 제작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1997년 회사를 차린 후에도 여전히 애니메이션 개발에만 몰두한 그는 스타
아바타를 탄생시켜 현대기술투자와 한솔텔레컴 등으로부터 최근 22억원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성공을 거뒀다.

(02)523-2732

<> 패션쇼핑몰을 운영하는 패션전문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전자상거래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패션플러스( www.fashionplus.co.kr ).

개설 4개월여 만에 회원수 11만명을 돌파하고 4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웹넷코리아는 패션전문가 김해련(39) 사장이 경영한다

그는 뉴욕주립대 산하 패션전문스쿨 FIT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패션점 "아드리안느"를 직접 운영하며 중국 프랑스 등의 각종 패션쇼에
참가하기도 한 패션"통"이다.

이런 김 사장의 높은 안목으로 아이템을 뽑은 패션플러스는 짧은 시간 안에
화려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한국종합기술금융(KTB) 산은캐피탈 등으로부터 13억5천만원의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넥스트 인터넷"이라는 자회사를 설립, 패션 웹 매거진( www.fashionplus.
net )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02)587-6120~3

<> 아동가구를 수출하는 톱 디자이너 =1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가구 전시회에 참가하는 아동가구 전문업체 도도가구.

수출을 위해 해외 전시회에 단골 출연하는 이 벤처기업은 다양한 음악과
동물소리를 들려주는 멜로디 가구를 개발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국제특허를 획득한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은
바로 길준경(40) 사장.

그는 서울대 미대에서 산업디자인(78학번)을 전공하고 프랑스 국립장식미술
학교에서 건축학을 배운 톱 디자이너 출신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도도가구
돌풍을 일으켰다.

조만간 독일 하펜로어( Hafenlohr )에서 제작한 가구를 서울 논현동 자체
전시장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5백만달러 이상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0351)845-2600

<> 홍보 비디오를 제작하는 방송PD =영상물 제작 전문 프로덕션 미디컴을
지휘하는 김소정(32) 사장.

단국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KBS 등에서 프리랜서PD로 활동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선 것은 1997년.

처음엔 출산 기념 비디오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지만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벤처기업의 홍보비디오를 만들어 지난해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같은 경영수완은 물론 전직 PD로서의 실력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최근 2002년 월드컵 다큐멘터리 방송프로그램을 제작, KBS와 SBS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KBS의 "6시 내고향"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여전히 방송 제작인으로서의 끼를 발휘하며 회사를 쑥쑥 키우고 있다.

(02)2643-1891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