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줄 모르는 인터넷과 컴퓨터 보급 열풍을 타고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취득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 전자상거래 규격 등에 대한 특허도 곧 인정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즈니스 모델 특허 붐이 일기 시작했으며
전기기기 회사 등이 앞다퉈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다른 기업보다 먼저 특허를 취득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나
새로운 서비스 보급보다는 단지 특허 취득에만 열중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붐의 과열을 내심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은행의 입금조회 서비스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인정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금융기관으로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조만간
취득할 곳은 바로 스미토모 은행.

기업이 거래처로부터의 입금을 확인할 경우 동명이인이 있거나 가족명의,
기업의 약칭 등으로 입금하는 경우가 약 50%를 넘기 때문에 각 기업의 경리
담당직원들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애를 먹는다.

스미토모 은행은 이 조회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착안, 각
기업의 고객에게 모두 계좌번호를 부여해 입금이 됐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해 냈다.

그리고 다른 기업과 개인들의 라이선스 요구를 막기 위해 지난 98년 2월
특허를 출원하고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후지.산와.도쿄미쓰비시 은행 등도 뒤따라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스미토모 은행이 특허 성립 이후 라이선스 요금 청구 등을 검토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특허는 각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발명해 출원하는 사례가 대부분
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대형 전기기기 회사 등은 컴퓨터를 활용한 고도의
금융기술과 연관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속속 출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가전업체 히타치는 수년 전부터 담당팀을 조직해 비즈니스 모델
특허 출원 활동을 추진중이며 전자상거래에서 고객의 구입이력을 기초로
세일즈를 하는 구조 등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수십건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출원하는 이유로
일본 특허청 지적소유권 본부의 후지쿠라 기술장은 새로운 인터넷 사업을
시작할 때 다른 기업의 특허를 포함해 여러 건의 특허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든다.

효율적인 특허를 많이 가질수록 다른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할 수
있게 되는 등 제휴조건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소니는 자사의 비즈니스를 방어하려면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피해갈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발명보고서 작성방법 등의 정보를 사내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위성방송의 유료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봐 시청료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용 식별번호를 주고 한도 이상은 볼 수 없도록
하는 요금 시스템 등 소니도 이미 미국에서 2건의 특허를 취득한 상태다.

캐논 역시 지난해 초부터 지식재산권 법무 본부에 약 20명의 담당자를
두고 사내와 관련회사에서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관한 지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관련, 일본 특허청은 최근 인터넷상에서 음악이나 영상 등을 다운로드
받는 방법이나 전자상거래 규격 등에 대해서도 특허를 인정키로 기본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특허청은 또 인터넷상 사용을 주목적으로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정보
제공서비스 등 무형의 기술및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특허를 인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존의 특허 대상 분야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특허청이 확실한
특허기준과 보호 범위를 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할인항공권의 중개서비스 등 전자상거래 체계에 대해
비즈니스 특허로 보호해 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유럽 특허청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특허를 인정하고 있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