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떠도는 화려한 유령"

가수 신해철씨의 홈페이지(crom.ntv.co.kr)는 온갖 유령 분위기다.

페이지를 하나 하나 클릭해 열어갈 때마다 괴기한 배경화면이 네티즌을
압도한다.

"유령과 함께 음악으로 영적 교감을 나눈다"는게 신해철 사이트의 기본
컨셉트다.

첫 화면을 열면 "크롬 반지"를 손에 가득 낀 채 고뇌에 잠긴 그의 모습이
등장한다.

괴기스런 크롬 반지는 최근 신해철씨가 자신의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는
상징물이다.

사진 밑에는 그에 관한 뉴스 프로필 히스토리 뮤직 포토갤러리 팬클럽
게스트북 등 7개 메뉴가 나타난다.

화려하고 빈틈없는 디자인, 꼼꼼한 정보수집, 입체적인 콘텐츠 등은 네티즌
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하다.

"프로필"에는 음악과 함께 해온 32년간의 삶의 흔적이 진솔하게 표현돼
있다.

4세 무렵 종교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 피아노
교습을 받기 시작한 일, "유라이어 힙"이나 "에머스, 레이크 & 팔머" 등
록밴드 음악에 심취해 지내던 고등학교 시절 등이 에피소드처럼 이어진다.

"히스토리"에는 그의 음악활동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날짜 순으로 기록돼
있다.

"뮤직"에는 그가 내놓은 모든 음반이 담겨 있다.

각 음반을 클릭하면 실제 공연실황 모습을 보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팬클럽"은 신해철씨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독특한 점은 팬클럽 가입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팬클럽 가입서를 작성해 놓으면 신해철씨가 직접 온라인 상에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는 팬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는게 그 이유다.

대신 팬클럽에 일단 가입한 회원들에게는 그의 모든 것을 보여 준다.

특히 "크롬메뉴" 항목을 통해 자신의 일과나 평소 음악에 관한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 "데모뮤직" 코너에서는 자신이 실험적으로 만든 최신곡을 직접 올려
팬들과 공유한다.

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Q&A"도 마련돼 있다.

신해철씨는 앞으로 "게스트북"(게시판)도 비공개로 전환, 회원들이 직접
작곡해 올린 음악을 평가해 주는 등 교류의 깊이를 키워 갈 생각이다.

"신해철 교주를 매개로 한 팬들간의 자유로운 교류" 그가 홈페이지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다.

<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