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 일본 외무차관 >

최근들어 일부 언론은 일본이 금융서비스 부문의 규제완화라는 빅뱅의
페달을 뒤로 돌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러한 비판은 근거없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정부는 일부 복잡한 개혁안들의 시행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를들어 예금보호법 폐지는 2002년까지 미루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정부가 금융부문을 보호하고 내키지 않는 개혁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려한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이 비난은 두가지 이유에서 옳지 않다.

첫째, 정부는 거대 은행들을 지원하려는 뜻이 전혀 없다.

이 결정은 오히려 중소 신용협동조합들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지역 신용협동조합들에 대한 감독권은 오는 4월에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금융감독원으로 이관된다.

신용협동조합들에 대한 조사가 오는 2001년3월께면 마무리되더라도 이들의
자산과 경영을 강화하는 데는 몇년이 더 걸릴 것이다.

규모가 커 국제적으로 움직이는 은행들에 대해선 리스트럭처링 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오치 미치오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은행장들에게 리스트럭처링 노력을
늦추지 말라고 채근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4월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약속한 리스트럭처링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둘째, 이미 지난 2년간 일본 금융시장에는 큰 변화들이 일어났다.

이같은 변화들이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본의 경제개혁에 강력하고
멈출 수 없는 동기를 만들어 냈다.

공식적으로 빅뱅은 지난 98년4월 외국과의 금융거래 규제를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환거래법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같은해 12월에는 금융구조개혁법이 발표됐다.

이것은 은행과 증권 보험업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러한 변화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자산관리에 대한 규제완화는 은행을 통한 투자신탁 판매 붐으로 이어졌다.

금융시장에도 몇가지 혁신이 일어났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벤처캐피털을 위한 시장이 생겼다.

나스닥재팬은 오사카증권거래소와 손잡고 2000년6월 문을 열기로 했다.

또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선물거래소는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다른 개혁정책들을 이끌어 냈다.

민간부문에선 개혁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스미토모은행과 사쿠라은행은 상호합병키로 했다.

서로 다른 기업전통을 갖고 있는 거대은행이 하나로 합치는 것은 일본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산업은행과 후지 다이이치간교은행등도 공동 지주회사를 설립해 소매와
도매금융및 투자은행 등 여러개로 쪼갤 계획이다.

소니는 다른 제조업체들과 함께 인터넷 은행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첨단기업들이 진입해 들어오면 기존 은행들은 리스트럭처링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유통업체 세븐일레븐과 그 모회사 이토요카도는 "편의점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늘고 있다.

GE캐피털과 뉴브리지그룹 메릴린치는 토종이 아닌 데도 이미 익숙한 이름이
됐다.

금융과 보험부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3배가 됐다.

이러한 모든 변화들을 외국인들이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 몇년만에 이처럼 광범위한 개혁을 한 나라는 없었다.

짧은 시간과 개혁의 넓이는 더 많은 변화를 유발할 것이다.

개혁은 바닥을 치고 회복되고 있는 시장과 위로부터의 변화압력으로 가속화
되고 있다.

빅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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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외무차관이 영국의 일간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