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암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 새로운 기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우리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으면서 지난 1999년말 현재
"인터넷 사용자 1천만명, 인터넷 벤처 3천개 회사"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마치 한반도 전체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서 들끓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에 의하면 국내 벤처의 성공확률은 일만분의 6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나마 미국보다는 나은 실정인데 이는 아직까지도 코스닥에 대한 과잉 기대
심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투자 붐이 꺾이고 나면 그 확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현실에서 과연 어떠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바로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이윤을 창출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전통기업의 논리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 된다.

"이윤 = 매출액(가격 * 판매량) - 원가".

즉 가격을 높이거나 판매량을 늘리거나 또는 원가를 낮춘다면 기업이익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좋은 제품만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은 고객의 수가 그만큼 증가하는 것과 같다.

원가를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을 뜻한다.

결국 기업이윤을 증대시키는 3가지의 축은 제품선도력(Product Leadership)
고객친화력(Customer Intimacy) 운영효율성(Operational Exellence)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가, 그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도록
하는가, 어떻게 생산공정을 효율화하는가가 성공의 관건이며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은 제품(또는 서비스)이다.

따라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의 세계는 다르다.

사고의 출발점이 고객이다.

즉 "좋은 컨텐츠(contents)를 바탕으로 많은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그들이 커뮤니티(community)를 형성할 정도로 고착(rock-in)시켜서, 이를
자연스럽게 거래(commerce)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기본 구도다.

따라서 이윤을 생각하기 이전에 좋은 콘텐츠를 갖추거나 훌륭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이정도만 성공하면 코스닥이나 나스닥으로 가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마저 바뀌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을 머니 모델(money model)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벤처투자가나 엔젤들은 특정 인터넷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이 있어야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다보니 점점 오프라인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어쨌든 거래를 일으켜야 하고,이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식의 비즈니스를 구사해야 하는가.

일단 트렌드를 따르는 비즈니스이어야 한다.

물론 손정의나 빌 게이츠 수준이라면 트렌드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에게 여기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트렌드를 따르기만 해도 큰 손해는 보지않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오프라인과 경쟁하려는 비즈니스는 곤란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온라인 기업이 되어야 한다.

TV나 VTR이 출현했을 때 많은 극장주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오히려 극장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의 대체재라기 보다는 보완재의 성격이 강하다.

온라인 가상서점에서 책을 챕터별로 나누어 파는 모델을 보자.

오프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책의 판매량을 잠식할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 챕터를 온라인에서 구입한 독자들이 오히려 제본된 책을 추가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렌드를 따르면서 오프라인을 도와주는" 사업모델을 구상한다면
인터넷이 창출한 뉴 비즈니스로서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