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국내 간접투자상품에 선진국형 펀드가 첫 선을 보였다.

자유전환형 펀드라고 불리는 "엄브렐러 펀드 (Umbrella Fund)"가 그것이다.

아직 국내 간접투자자들에겐 생소한 상품이지만 간접투자시장이 가장
발달돼있는 미국의 뮤추얼펀드는 대부분 엄브렐러펀드로 이뤄져 있다.

엄브렐러펀드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선보인지 한달도 되지 않은데다 특정 펀드를 골라 투자한 뒤
만기까지 보유하는 기존의 간접투자상품과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질
경우 엄브렐러 펀드가 향후 간접투자시장의 주력상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투신사중에는 삼성생명투신운용이 엄브렐러펀드의 판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투신이 판매실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병득 삼성생명투신운용 이사는 "연중내내 주가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 종목을 장기보유하는 전략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간접투자 역시 시황변화에 따라 공사채형펀드 주식형펀드
코스닥펀드 등 여러개의 펀드로 갈아타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가 수익률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투신운용이 어떻게 엄브렐러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지 살펴보자.

<> 펀드구조 및 설정규모 =엄브렐러펀드는 여러개의 펀드를 한데 묶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엄브렐러펀드에서 모펀드는 사실상 실체가 없다.

투자자들도 실체가 없는 모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펀드
7개중 1개의 펀드에 가입한다.

삼성생명투신운용의 "삼성 자유전환 엄브렐러펀드"는 7개의 자펀드(하위
펀드)를 두고 있다.

자펀드는 MMF(머니마켓펀드) 공사채형펀드(이상 채권형) 안정형펀드
성장형펀드 중소형주펀드 코스닥펀드 인덱스펀드(이상 주식형) 등이다.

지난 18일 현재 7개 자펀드의 판매잔고는 7백39억원.

이중 가장 인기있는 자펀드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F(2백43억원)와
성장형펀드(2백35억원) 코스닥펀드(2백23억원) 등이다.

최근 증시흐름이나 금리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공사채펀드 안정형펀드 인덱스펀드 등은 펀드규모가 10억원미만으로
극히 미미하다.

이에대해 김흥남 삼성생명투신 마케팅팀장은 "7개의 자펀드 가운데서도
주력 상품이 있게 마련"이라면서 "최근 코스닥시장 등 주가상승세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운용방식 및 전환전략 =7개의 자펀드는 독립적으로 운용된다.

펀드매니저도 각각 다르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별도의 전환 수수료를 내지 않고 다른 펀드로
자유롭게 이동(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별개의 펀드인 셈이다.

삼성생명투신운용은 엄브렐러펀드를 내놓으면서 매주 시황전망 분석자료를
만들어 각 영업점에 내려 보내기 시작했다.

영업점 직원은 이를 토대로 어떤 펀드가 현재 시점에서 유리한지를
상담한다.

또 매달 구체적인 전환 전략을 제시한다.

예컨대 주가가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 MMF나 공사채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주식형펀드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반대로 주가침체가 예상되면 MMF 공사채형펀드 등 안전한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는 식이다.

물론 전환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은 투자자 본인이다.

예를 들어 성장형(주식)펀드의 고객이 공사채형펀드로의 전환을 신청했다고
하자.

이때 성장형펀드에서는 환매가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성장형펀드의 운용자는 전환 신청된 금액 만큼의 주식을 처분해
돈을 마련한 다음 이를 공사채형펀드로 옮긴다.

공사채형펀드 운용자 입장에서는 신규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실제로 코스닥주식이 상승세를 보인 지난 18일 MMF에서 28억원이 환매
됐으며 이중 12억원이 코스닥펀드로 유입됐다.

<> 펀드수익률 =7개의 자펀드가 별개의 독립 펀드로 운용되는 만큼 각
펀드간 수익률이 천차 만별이다.

주가가 좋을 때는 주식형펀드에 있는 사람이, 주가하락기에는 공사채형
펀드에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지난 18일 현재 7개 자펀드중 수익률이 가장 좋은 것은 중소형주펀드다.

지난 8일 설정된 이 펀드는 설정금액은 3억2천만원으로 미미하지만 운용
10일만에 4.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9.32%하락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익이다.

투자종목인 사이버텍홀딩스(코스닥)가 연일 강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반면 펀드규모가 큰 성장형펀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0.87%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한국통신등 대형 우량주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결과로 보인다.

채권형펀드인 MMF와 공사채펀드는 연환산수익률이 각각 4.35%와 4.14%로
일반 MMF와 공사채형펀드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같이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엄브렐러펀드의 자펀드로 있는 공사채형 및
MMF의 경우 자금이동이 활발해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 펀드별 집중투자 종목 ="안정형주식"펀드는 주식편입비율이 30%이하로
5개의 주식형펀드중 가장 보수적인 펀드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주식편입비율은 18.4%이며 SK텔레콤 삼성전자 SK(주)
일은증권 SK상사 한국통신 등이 주요 편입종목이다.

성장형주식펀드는 주식에 70~90%를 투자하는 공격형펀드.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한국통신 LG화학 국민은행 등이 주요 투자종목
이며 주식편입비율은 60.1%다.

코스닥주식펀드는 현재 편입비율이 26.1%이며 주요 투자종목은 한통프리텔
한솔피씨에스 한글과컴퓨터 한통하이텔 맥시스템 조아제약 등이다.

지수관련 대형주의 비중이 높다.

이학상 펀드매니저는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기존 보유종목 가운데 편입비가
낮은 종목을 위주로 40%수준으로 편입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경우 설정일이후 시장이 불안해
주식편입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