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황미나(39)씨는 "한국 순정만화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린다.

지난 198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이오니아의 별"로 데뷔한 그녀는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불새의 늪" "방랑의 광시곡" "레드문"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 왔다.

지금도 "BST"와 "이씨네집 이야기"를 한국과 일본의 만화잡지에 연재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최근에는 몸이 좋지 않아 "천국의 계단" 연재를 중단했다.

이렇게 바쁜 그녀에게 최근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지난 2월초 문을 연 홈페이지(www.hangmina.co.kr)를 관리하는 일이다.

사실 그녀의 홈페이지는 지난 1997년 말 처음 생겼다.

그때는 전문회사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해 줬다.

그러나 그녀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패스워드를 관리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어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기도 어려웠다.

관리도 엉망이어서 옛날에 올린 자료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그런데도 이곳을 다녀간 팬들은 2년동안 무려 6백80만명.

"계속 홈페이지를 방치하다가는 더 엉망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비공식
홈페이지(myhome.shinbiro.com/~hwmina/home.html)를 방문해 직접 홈페이지
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죠"

그러자 "언제 만드느냐"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팬들의 E메일이
쏟아졌다.

결국 그녀는 동생인 황선나씨와 팬 1명 등 셋이서 10일만에 홈페이지 제작을
끝냈다.

"책 보고 그냥 만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함께 참여한 사람도 홈페이지
제작이 서툴러서 만들어 놓고 보니까 뒤죽박죽이네요"

그녀는 처음 방문한 사람이 초기 화면에서 어디를 클릭해야 들어갈 수
있는지를 잘 모를 정도라며 깔깔 웃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갖는 애정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각별하다.

하루에 4~5번은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시판에서 답변을 해주고 이곳저곳을
점검한다.

동생인 선나씨도 바쁜 언니를 대신해 홈페이지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의 홈페이지에서는 최근 작품활동 동향부터 미발표작 및 비매품 대표
작품 갤러리 등을 그녀의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다.

만화를 그리면서 그녀가 겪었던 뒷얘기도 특유의 재치있는 문장으로 설명해
놓았다.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만화를 그리는 기본 기법에 대한 강좌도
개설해 놓았다.

질문에 대해서는 그녀가 직접 답변해 준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지 보름 남짓 지났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은 2천3백여명.

그러나 과거의 홈페이지 때 한달에 10만명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래서 그녀는 대대적인 홈페이지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온 사람이 메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바꿀 생각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팬들이 E메일로 추천해준 예쁜 개인 홈페이지를 구경다니고
있어요. 내용도 화실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얘기들을 엮은 "화실 일기"를
새로 만들 거예요"

그녀는 "일이 너무 많아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예쁜 새 집을 지을 꿈에 부풀어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