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계의 중요한 지적 산물의 80%이상이 영어로 돼 있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90%이상이 영어로 돼 있으니 그럴수 밖에 없다.

이제 영어는 세계인의 공통어가 돼 있다.

미군정때부터 시작된 우리의 영어교육열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IMF경제위기이후 영어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한국인의 영어실력은 신통치 않다.

96년 한국인 토익 평균점수는 11개국중 10위였다.

특히 회화능력과 관계 있는 듣기에선 꼴찌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영어공용어론까지 등장했다.

한 영문학자에 따르면 22세에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는 19만2천7백20시간을
한국어를 연마한 반면 중학교에서부터 주당 6시간씩 영어를 공부했다해도
영어는 약2천4백시간을 공부한 셈이어서 영어에 있어서는 6개월 반 정도된
어린아이와 같다고 한다.

그나마 문법에 치우친 공부를 했으니 벙어리 귀머거리를 면할 도리가
없었다.

완벽한 외국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초중고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아직 초보단계의 주장이어서 이렇다 저렇다 할 형편은 못되지만 교사확보나
재교육, 시청각시설구비등을 얼핏 생각해봐도 또 탁상공론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영어교사동아리를 만들어 활성화."운운 하는 교육부장관의 이기는 더욱
그런 걱정을 자아 내게 한다.

때마침 초중고생 20만명이 읽기 셈을 잘 못하는 기초학력부진아라는 충남대
주삼환교수연구팀의 조사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중학생은 지난해보다 2배가 늘어났다고 한다.

영어는 고사하고 매년 떨어지는 기초학력이 문제다.

초등영어교육에 대한 학자들의 논난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언어습득 효율성에 반대론자들은 국어습득 혼란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초등영어교육을 도입한지 3년째 접어들고 있는 지금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찬성론자 역시 회의적이다.

영어교육의 이상론에만 치우쳐 오히려 교육내용전체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외국어에 숙달하면 그만큼 국어에 숙달할 능력이 없어진다"는 버나드 쇼의
말이 생각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