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증시의 무게중심이 확연하게 증권거래소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매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국내 기관들이 로스 컷(Loss Cut.손절매)을
단행한 것이 주가를 더욱 짓눌렀다고 말했다.

로스 컷이란 무엇이고 어떤 때 흘러 나오는 것일까.

지난 15일 주식시장에서는 은행권의 "팔자"매물이 외국인 매도공세와 함께
장중 내내 투자자들을 괴롭혔다.

은행들이 매물로 내놓은 것은 최근 주가하락폭이 큰 대형 블루칩들이
주류였다.

이날 한국전력 포항제철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블루칩에 매물공세가
이어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거래소시장의 우량주를 팔아치운 것은 손실폭이 커지면
무조건 처분해야 하는 로스 컷 제도 때문.

로스 컷은 통상 주식이 매입단가보다 20~30%정도 떨어지면 손실을 무릅쓰고
내다팔도록 하는 제도다.

추세가 무너진 만큼 펀드매니저의 개인적 판단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로스 컷 제도 도입의 주요 취지다.

향후 해당 주식의 성장가능성도 배제된다.

주식투자를 과학적으로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로스 컷 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접어들면서 한국에도 보편화됐다.

기관투자가들의 펀드운용률이 떨어지면서 추가손실을 막기위해 채택하고
있는 것.

지난해 10월초 주가가 급락할 때 로스 컷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지난주초
거래소시장이 요동칠 때도 일부 보험사와 지방은행들이 로스컷 물량을 대거
내놓았다.

기관투자가(펀드매니저) 입장에서 로스 컷은 손실을 줄이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개미군단 입장에선 지수하락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속락장세 속에서 대량매물이 나오는 것은 투자 나침반을 "시계 제로"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로스 컷 관련 종목이 지수관련주인 경우가 많은 게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로스 컷 물량이 나올만큼 나오면 바닥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로스 컷은 주가의 급락을 가져오지만 급락에 따른 반등시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스 컷 물량이 나온 지난 15일 주가가 떨어졌지만 16일 조정을 거쳐
17일 상승탄력을 받았다.

한국투신 조재홍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고 반드시 로스 컷
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해당 종목이 유망하면 회사측과
상의해 팔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로스 컷에 걸린 종목이 상당수 있었지만 실제로 로스 컷을 단행한
종목은 일부에 국한됐다고 설명했다.

< 남궁 덕 기자 nkdu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