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인터넷사이트가 해커들의
공격으로 인해 잇따라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 돼가고 있는 현대경제의 핵심 기반시설인 컴퓨터
네트워크가 얼마나 취약하며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네트워크에 무단침입해 일어나는 피해의 종류는 자료유출 또는 훼손,
사생활 침해, 거래시스템 마비로 인한 전자상거래 중단, 국가안보 위협 등
다양하다.

이중에서도 특히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증권거래나 경매 등 전자상거래의
경우 이번처럼 거래시스템이 마비되면 거래중지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고객들의 피해보상 요구, 거래시스템 불안정을 우려한 시장위축
등 간접적인 영향까지 계산하면 피해규모가 엄청나다.

이 바람에 인터넷 보안업체의 주가가 치솟는가 하면 첨단기술 업체들이
많이 상장돼 있는 미국 나스닥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심지어 급성장하던
전자상거래의 위축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리노 미국 법무장관이 해커를 "합법적인
전자상거래에 개입해 교란시키려는 공적 1호"로 규정했고, 미국 연방수사국
(FBI)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는 등 미국정부가 해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아울러 일본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고위전문가들도 해킹 등 첨단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사이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해커들이 워낙 손꼽히는 전문가들인데다 인터넷이란 원래 여러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또다른 네트워크로서 개방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이버범죄 예방은 더욱 어렵다.

지난 며칠동안 해커들의 공격으로 거래시스템이 마비된 야후 아마존 e베이
E트레이드 등이 모두 쟁쟁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라는 점만 봐도 이런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컴퓨터시스템 네트워크 자료파일 등에 대한 감시강화, 사용자
계정과 패스워드의 관리강화, 방화벽 또는 필터서버와 같은 보안장치 설치
및 운영 등이 고작인데 우리기업들은 그나마도 소홀히 하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도 대책마련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해킹국제협의회(FIRST)를 통해 외국과의 공조체제
를 구축해야 하겠다.

아울러 사이버범죄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널리 홍보하고 컴퓨터 이용자의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