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 벤처, 그리고 그 현장'' - 마이클 김 저서 ]

벤처 열풍은 빛과 그림자를 함께 가지고 있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벤처 바람은 수년 내에 우리 산업계의 면모를 많이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벤처의 대표격인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벤처들의 생리를
이해하고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교훈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

이 책이 실리콘밸리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많은 책들과 다른 점은 현지에서
직접 벤처기업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한 한국계 사업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현지인의 체험적 리포트라고 보면 된다.

"벤처, 그리고 그 현장"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대부분이 체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장은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 사이의 정도를 그리고 있는데
"묻지마 투자"가 유행하는 오늘의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창업 열정의 기업가, 그들의 거침없는 열정을
뒷받침하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뛰어난 두뇌들, 그리고 그들을 겁없이
지원하는 모험자본이 한데 어우러져 구성하고 있는 산업집단이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4장은 최근들어 관심을 끌고 있는 스톡옵션제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스톡옵션이 곧 실리콘밸리"라고 할 정도로 이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조금 특이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인터넷은 가게를 세우기 전에 커뮤니티를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나면 큰 장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점이 최근 인터넷 주가 거품론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될 것이다.

물론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특성 즉, 앞으로 10년간 가처분 소득의 여유분이
증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다우지수를 상당 폭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5장에서 저자는 식을 줄 모르는 벤처투자열기를 미국 최고의 도박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끊임없는 거품론 속에서도 투자할 곳이 모자라 고민스러워하는 곳인 실리콘
밸리의 실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특히 미국내 상당수 대기업들이 자회사 형태로 벤처캐피털 자금을 조성해
투자하는 움직임을 눈여겨 볼 만하다.

6장은 아주 실리적이고 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외자 유치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기업을 키울 꿈을 가진 벤처기업가라면
눈여겨 봐야 할 사업계획서 작성 요령을 싣고 있다.

이 책 부록에 실린 사업계획서의 영문판 사례와 더불어 대단히 유용한
자료다.

책으로서는 깔끔하게 완결된 맛은 덜한 책이다.

아무래도 문장 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쓴 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장의 생생한 얘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처로서 혹은 기업가로서 벤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www.go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