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의 표희선 상무는 기술담당 중역으로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후 신도리코에 입사, 해외 영업을 주로 맡아왔다.

그러다가 지난 1982년 연구소 설립에 관여했고 그게 인연이 돼 92년부터
연구소와 해외사업부를 함께 이끌고 있다.

이러한 경력때문인지 그는 연구소를 고객 중심으로 운영한다.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연구원들에게 주문해 개발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복사기 시장에서 히트를 친 NT시리즈는 해외 주요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 개발한 것이다.

한국능률협회로부터 99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던 이 제품은 국내 복사기판매
사상 가장 많은 11만대의 판매기록을 남겼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고객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해야 시장에서 성공할수
있지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다보니 아직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아 실패한
제품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고객들의 호응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IMF이후 신도리코의 국내 복사기 시장 점유율은 50%선으로 높아졌다.

95년 40.1%에서 97년 37.3%까지 떨어졌던 시장 점유율은 98년 40.5%, 그리고
지난해 48.3%로 껑충뛰었다.

신도리코 직원들은 요즘 가슴에 "50"이라는 숫자가 적힌 둥근 배지를 달고
다닌다.

올해는 시장 점유율을 50%로 높이자는 의미다.

"기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신도리코는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습니다. 축적된 기술들이 IMF이후 효력을 발휘
하는 것이지요"

복사기는 흔히 자동차에 비유된다.

자동차가 수만가지 부품이 결합돼서 탄생하는 것처럼 복사기도 광학 전자
화공등 여러 분야의 기술이 상호 조화를 이뤄 완성된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도 복사기는 미국과 영국 일본 우리나라에서만 생산될
정도로 참여 업체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0년대 후반 현대 삼성 LG등 대기업들이 복사기 시장을
넘보았으나 기술장벽으로 모두 중도에 그만두었다.

표 상무는 기술축적을 위해 연구동 지하에 특허복도를 만들어 연구원들의
특허기술을 전시, 사기를 북돋우고있다.

또 연구원들이 해외의 앞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매년 연수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복사기 팩시밀리등 사무기기들이 서로 복합화되고 있는
만큼 해외 기술동향을 배워오라는게 그의 주문이다.

연수장소는 주로 기술제휴선인 일본의 리코사.

리코는 지난 1962년 신도리코 설립당시 50%를 출자한 합작파트너이지만
지금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이 줄다보니 요즘은 신도리코에 기술이전을 하는 대신 신도리코의
앞선 기술을 활용한다.

"90년대 들어 복사기 10여종과 디지털 인쇄기 3개종을 위탁받아 개발했지요.
또 리코외에 미국의 레니아, 일본의 마쓰시타 등으로부터도 팩시밀리와
디지털 복합기의 개발을 의뢰받고 있습니다"

표 상무는 앞으로 디지털 복합기가 사무용기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복사 프린트 스캐너 기능을 겸비한 잉크젯형 복합기 MF70을 개발
했다.

하반기에는 MF70에 팩시밀리 기능을 추가한 MF90과 차세대 복합기라 불리는
LBP(레이저빔 프린터)형 복합기도 내놓을 예정이다.

<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 >

------------------------------------------------------------------------

[ 표희선 상무 약력 ]

<> 1957년 서울생
<> 1976년 서울고
<> 1980년 서울대 경제학과
<> 1980년 신도리코 입사
<> 1989년 기술연구소 및 해외사업부장
<> 1990년 기술연구소장(이사)
<> 1992년 해외사업담당 이사겸임
<> 1995년 기술연구소 및 해외사업담당 상무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