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그마테크 ''장철웅'' 사장

벤처기업을 창업한지 6개월남짓 지난 작년 봄 씨그마테크 장철웅(38)
사장은 몸서리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 98년 서울 홍제동 아파트를 팔아 전셋집으로 옮기면서 마련한
1억원으로 회사를 세웠다.

계획했던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사무실 임대료는 물론 직원 7명의
월급도 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신용카드는 거래정지되고 어디서도 돈을 구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회사운영을 대신 맡고 있는 것으로 부인을
속이고(?) 있던 때라 집안에서 돈줄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장 사장의 부친과 장인이 모두 사업실패를 겪었기에 입도 벙긋하기
곤란했다.

창업 당시 그는 1년 정도는 연구개발에만 매달려야 본격적인 매출이 생길
것으로 판단하고 그때까진 이곳저곳에서 벤처자금을 끌어들여 회사를 운영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사업아이템을 설명하면 투자받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장 사장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벤처캐피털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쫓아다녔다.

하지만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그를 외면했다.

"회사운영비라도 벌기 위해 임시로 소프트웨어를 팔았습니다. 이를 꼬투리로
잡아 유통회사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창업해 유통관련 매출이 없는 깨끗한 회사를 만들어오면
투자하겠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몇달동안 돈과 씨름했던 그에게 지난해 여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

이를 통해 1억5천만원을 얻으면서 자금난은 풀리기 시작했다.

엔젤투자자 3억원, 벤처캐피털 15억원, 벤처기업 2억원 등 씨그마테크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씨그마테크의 비즈니스모델을 이해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최근엔 해외법인 설립을 위한 외자유치 협상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씨그마테크는 포인트공유 허브사이트( www.npoint.co.kr )를 운영중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각종 인터넷 서비스업체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를 통합
시켜 회원들이 얻은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한꺼번에 모아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n포인트"라는 통합시스템으로 인터넷 쇼핑몰과 서비스업체를 한데 묶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스메틱랜드 인터넷뮤직 온스터디 쉐르파 북토피아 등 50여개
사이트와 제휴를 맺었다.

이들 사이트는 무료로 관련 시스템을 제공받을 뿐 아니라 회원들에게 더욱
나은 혜택을 줄 수 있으므로 n포인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 사장은 올 여름까진 제휴업체를 1백개로 늘리고 서비스도 유료화시킬
계획이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81학번)를 졸업한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신용평가 동양정보통신 등을 거쳤다.

"아직 성공이란 단어를 생각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지난 1년동안
성공을 위해 필요한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24명의 직원들과 함께 진정한
성공을 일구겠습니다"

(02)558-4994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

[ 성공비결 ]

1)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든다 =장 사장은 n포인트외에도
몇가지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씨그마테크의 제휴업체들과 지불시스템업체 택배업체 등을 연결시켜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선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장 사장이 네트워크 관리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사업에는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장 사장은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그때까지 줄곧 연구원 신분으로 일해오던 그는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았다.

또 지난 96년말엔 보안전문 벤처기업인 켁신시스템 설립에 참여, 2년동안
현장을 뛰면서 사업에 필요한 준비와 훈련을 거쳤다.

3) 배우고 또 배운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어느 분야 못지 않게
변화속도가 빠른 인터넷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계속 새로운 것을 배워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게 장 사장의 생각이다.

대학 졸업후 KAIST 응용수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바쁜 회사 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것도 이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