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우려에
대한 "선제적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작년 하반기이후 4번째인 FRB의 연방기금 금리인상에 따라 미국 주요은행
들의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는 8.75%로 올랐다.

오랜 저금리시대가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FRB의 금리인상은 사실상 이미 예고됐던 것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조치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린스펀 FRB의장은 4기연임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증권시장의 거품증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리를 올린 것임을 짙게 시사한 바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금리인상은 여러가지로 부담스럽다.

이번 0.25%포인트인상만으로 순외채이자가 7천만달러정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한국은행계산이나 정말 걱정해야할 것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엔강세 달러약세의 구조를 앞당겨 끝내게해 그렇지 않아도 적신호가 켜진
우리 국제수지사정을 더욱 나쁘게 만들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한다.

작년하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이 오히려 엔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금리인상->통화강세라는 일반적인 이론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양상이 빚어
졌던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가능성이 미국채권가격하락을 우려한 단기투기자금
의 엔화 채권 매입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성장률등 국가경제의 펀드멘탈과는 대조적으로 엔강세 달러약세가 나타났던
것은 국제적인 대기성자금이 금리인상(채권값하락)가능성이 없는 일본으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전개가 달라질 가능성이 짙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금리조정이 어느 정도 마감됐다고 보면 국제적인
부동자금이 다시 TB(미재무성증권)등으로 옮겨갈 개연성이 크다.

지금도 미국금리 추가인상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속단할 일은
물론 아니지만,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회의를 앞두고 엔화의 약세반전
기미가 뚜렷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한동안 우리 수출에 큰 보탬이 됐던 신장세는 아무래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 옳다.

1월중 무역수지가 26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선 점을 감안하면 엔의 약세반전
전망은 우려를 더하게 한다.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 결과적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점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각국의 동조적인 금리인상은 따지고보면 "국경없는 경제"시대의 한 단면이고
국제적인 부동자금을 의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그것은 우리나라 환율.금리등 정책변수 운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역시 분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