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하게 몰두해라"

노자강의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도올 김용옥이 제시하는 공부방법
이다.

농협중앙회 자금부 리서치팀의 박정희 차장(45)은 도올의 이 말에 누구
보다도 공감한다.

자기계발을 위한 손쉬운 방법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그 역시 미련할 정도로 공부를 해서 스스로를 키워 왔다.

그는 경영학석사(MBA)로 농협내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통이다.

경영진들이 해외출장을 갈때면 꼭 그를 동반할만큼 엘리트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농협에 들어올 당시만 해도 박차장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고졸사원이었다.

그의 길을 열어준 것은 미련하게 공부한 영어였다.

중학교 졸업때 그의 영어실력은 교과서도 못읽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1 겨울방학 두달동안 교과서를 처음
부터 끝까지 외워 버렸다.

미련스레 공부하다보니 영어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농협에 입사한 후에도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박차장은 지금도 양복주머니에 이코노미스트,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넣고 다니며 틈나는대로 공부한다.

"싫든 좋든 미국식을 강요받는 시대여서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최소한 영어해독에는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말하기는 어려서부터 해야 효과가 있지만 읽기는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국제금융시장동향을 한시라도 놓치지 않기 촉각을 곤두세운다.

6시에 일어나 미국의 금융전문채널인 CNBC, 인터넷 등을 통해 간밤에 일어난
일들을 체크한다.

퇴근후에도 CNN의 경제뉴스를 본다.

그는 "미 중앙은행을 정점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세계경제를 주시하고
있으면 경제가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했다.

따끈따끈한 국제금융시장정보와 영어공부를 동시에 할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를 상반기에 오픈하는게 박 차장의 꿈이다.

이를 위해 도메인을 등록하고 웹 디자인 과정을 직접 배우고 있다.

< 백광엽 기자 kecorep@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