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시대 ''휴먼 네트워크'' 각광 ]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의 디지털 네트워크는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통해 수없이
많은 그룹을 탄생시키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물리적 거리감이 없는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네트워크 경제이며 소프트 경제다.

디지털 경제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화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변화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회 조직이 생겨나고 있으며 시공을 초월한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의 특징은 서로 이해가 맞으면 기존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기존 산업시대 네트워크가 지역 혈연 이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인터넷 세상의 네트워크는 각 개인의 기호나 이해관계에 따라 저절로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자생성과 확장성은 조직이 아닌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감성과 능력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의 핵심이 바로 인간 관계가 만들어내는 휴먼 네트워크인
것이다.

실제 소비자 개인들의 힘이 커지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일본 도시바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불만이 전체 소비자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또 지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코소보 사태도 아도라라는 16세 소녀
가 인터넷을 통해 미국 펜팔에게 그 참상을 전함으로써 전세계에 알려졌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개인의 창의성과 빠른 두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조직및 자금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인터넷 기업에는 "사람"이
전부다.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진 인력이 바로 경쟁력의 핵심이다.

각 개인의 창의적이고 열린 생각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마련될 때 인터넷
기업은 기존 거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

직원들의 개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인터넷 기업에서는 근로 자체가 즐겁고
신날 수밖에 없다.

신명나는 직원들로 뭉쳐진 조직의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며 이러한
시너지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럼 학연 지연 혈연이 여전히 거대한 네트워크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어떤 휴먼 네트워크가 필요할까.

이미 규정된 관계가 지닐 수 있는 편견의 벽을 넘어 자유롭게 형성된 인간적
인 관계에 의해 언제든지 필요한 능력을 동원시킬 수 있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종속됐던 수동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고 필요에 따라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네트워크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선진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은 "좋은 거래(Deal)"에서 "좋은 관계
(Relation)"를 맺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기업간에만 적용되는 패러다임이 아니다.

기업내 조직에서도 필요하다.

사내 동료간에도 진정한 휴먼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사내외를 막론하고 우호적인 관계가 좋은 거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추진하는 여러 형태의 전략적 제휴들도 바로
디지털 네트워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코스메틱랜드 최선호 사장 sunho@cosmetic.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