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단기.부동자금화하고 있다고 한다.

올들어 21일까지 은행신탁에서 1조3천억원,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2조1천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6조1천억원이나
크게 늘어났고 투신의 MMF가 4조2천억원 등 만기가 없는 초단기 금융상품의
판매잔고는 눈에 띠게 증가했다는 보도다.

대우 공사채 환매가 임박했고 증권시장이 혼조세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언제라도 회수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시중자금이 옮아가는 추세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은행들이 3개월짜리 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 역시 이 때문일
것이다.

은행들은 환매 수수료를 자율화하는 형식으로 만기를 3개월로 단축시킨
새상품을 다음달부터 판매키로 했다지만 ''3개월짜리 신탁''은 실적배당을
전제로한 금융상품으로서는 매우 부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금리전망이 불투명한 상항에서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들의 저축감소는 물론 자금시장의
안정에도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년 이상의 기간을 예상하고 자금 흐름을 설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투자자나 예금자들에게도 결코 환영받을 일이 아니지만 그 자체로도 금융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할 것이다.

또 장기 상품이 줄어들게 되면 필연코 장기 대출이 위축될 것이 분명한 만큼
기업차입 구조의 불안, 은행의 단기근시안적 자금운용등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보인다.

시중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져 한자리수를 기록하게 되면서 금리의 자금흡수
기능이 매우 약화되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겠지만 증권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우리사회의 평균적인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주식을 대상으로 과도한 투기가 일어나면서 수익률이 몇십, 몇백%에
달하는 종목이 쏟아지는 마당에 1,2%포인트의 금리 차이는 그 의미가 희석
되기 마련인 것도 사실이다.

일시적인 금리등락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금융상품 판매액이 두터워질수록
경제와 금융이 안정된다는 것은 긴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3년물 회사채와 5년물 국채에 대한 수요가 절멸상태에 이르고 시중자금
회전이 3개월 또는 그보다 더욱 짧은 주기로 이루어지는 금융을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금리수준을 경제성장율과 물가등 경제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화하고
금융상품 간에 만기구조에 따른 정상적인 위계 질서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당국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