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세계적으로 유난히 선거가 많이 예정돼 있다.

새천년 원년이니 만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한 전세계인의 간절한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미국의 대통령 선거다.

그래서인지 지난 24일 아이오와주의 당원대회( caucus )를 계기로 전세계가
마치 선거시즌을 맞은 분위기다.

이색적인 것은 대부분 선거가 인물위주 선거로 치닫고 있는 점이다.

우선 미국의 선거가 그렇다.

우리나라도 점점 그런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연초들어 부패스캔들에 휩싸이고 있는 독일과 이스라엘, 인도네시아도
결국은 그런 양상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의 선거에서 주로 경제문제가 쟁점화되던 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현상이다.

올해 선거를 치르게 될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는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인물을 위주로 하는 선거에서는 판세를 쉽게 점칠 수 있다.

이른바 넷파워( Net power )와 개혁, 정부감시를 양대 목표로 하는 시민사회
운동이 선거 이전에 유권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럴 때 풀뿌리 민주주의,대중 경제주의와 격리된 후보일수록 고전한다.

소위 대마불사의 환상에 빠져있는 거물급 정치인일수록 곤욕을 치르게 된다.

반면 젊고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후보는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스캔들의 핸디캡을 갖고 있는 민주당 후보가
고전한다든가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공천반대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금년에 예정된 선거를 치르다 보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도국일수록 정경유착의 고리가 확실히 차단되고 경제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국민들의 생활에 체감적으로 기여하는 정치인이나 경제각료, 기업인
일수록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국민을 보다 중시하는 정책과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