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의 주가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주 미증시는 첨단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사흘연속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사상 처음 4천2백선(4,235.40)을 넘어섰다.

주간 상승률은 4.21%에 달했다.

반면 대형 우량주중심의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주 각각 4%와
1.61%씩 밀렸다.

미증시는 특히 지난주 나흘간의 개장일(17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로
휴장)중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내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변을 보였다

두 주가지수가 나흘연속 엇갈리는 방향을 나타낸 일은 지난 30년동안 단
3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극히 드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요즘 증시가 그만큼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징표로 받아
들이고 있다.

지난주를 특징지운 또 하나의 이변은 소형주들로 구성된 럿셀 2000 지수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작년 한햇동안 나스닥 지수는 물론 다우존스지수의 상승폭에도 훨씬 못미칠
정도로 부진했던 럿셀 2000지수가 지난주에는 5.2%나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첫 개장이래의 상승률도 5.7%로 여러 주가지수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월가분석가들은 이같은 럿셀돌풍은 미국증시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연초가 되면 투자자들이 소형주 등에 대거 투자하는
1월 효과가 일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럿셀돌풍이 구조적인 현상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주 미증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치주에서 성장주로의 중심축
이전"이다.

이는 내달 1-2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금리동향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성장템포가 느린 "구경제(old economy)"가치주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 반면, 빠른 성장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경제 기업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JP모건 씨티그룹 등 금융주와 프록터 앤드 갬블, 하니웰, 캐터필러
등 구경제 주식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PMC 시에라나 잉크토미 게이트웨이 등 인터넷관련 주식들은 대폭
상승, 장세를 주도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업간 전자상거래(B2B)관련 기업들의 계속되는 주가
돌풍이다.

버티컬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B2B사업제휴에 힘입어 주말인 21일 하룻
동안에만 주가가 30.1% 폭등했다.

또다른 B2B업체인 퍼처스프로 주가도 이날 20% 이상 치솟았다.

PMC 시에라나 잉크토미 등 일부 첨단 기업들의 경우 작년 4.4분기 경영실적
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다는 점등 실제재료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성장주들은 이렇다 할 재료도 없이 주가돌풍의 대세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인터넷주식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큰 폭으로 상오르고 있으나 이중에는 설립이래 아직껏 흑자 한번 내본
적이 없는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인터넷주식들은 거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거품이 너무 커 언젠가는 터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인터넷등 첨단주식들은 벌써 몇년째 거품시비의 도마에 오르면서도
상승가도를 질주해 왔다.

거품시비가 이번 주에는 어떻게 가닥을 잡아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