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이 즐기는 농담에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을 들려준 후 그 기쁨을 날려버릴 나쁜 소식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국내에도 지난 주말 대우와 관련해서 두가지 엇갈린 소식이 있었다.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과 나라종합금융이 끝내 영업정지를
당한 소식이다.

협상타결은 일단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내용을 따져보기 이전에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주)대우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해소됐고 대우차 매각 등 나머지 처리과정에도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라종금의 영업정지는 잠재된 악재가 터진 꼴이다.

특히 2월8일의 대우채권 환매비율 확대를 앞둔 시점이어서 시기상으로도
최악이다.

이번 주는 시장참여자들이 이 두가지 소식중 어느쪽에 더 귀를 기울일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다.

만약 나쁜 소식에 더 귀를 기울인다면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될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으로 불안심리가 필요이상
부풀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나라종금의 영업정지를 97년 외환위기의 신호탄이었던 종금사
부실과 비교해가며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라종금 사태는 새 경제팀이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24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엄낙용 재경부차관, 김종창
금감위상임위원, 심훈 한은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다.

대책의 주요 골격은 <>시중은행을 통한 대우채권 물량 소화 <>시중은행에
대한 한은의 유동성 지원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의 매각협상도 이번주부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지난 22일 방한한 루 휴즈 GM 수석부사장이 정부와
채권단을 잇따라 방문, 대우차에 대한 강한 관심(strong interest)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최종 입찰 절차를 빨리 결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포드측도 주초 협상단이 내한해 입찰 방향을 탐색하는 한편 인수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폴란드 공장인수를 선언한 현대차와 포드간의 제휴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차의 경우도 최근 강력한 인수후보로 등장한 르노가 본격 실사에 돌입,
2개월 정도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국제원유가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가격이 배럴당 30달러선에 육박했지만 다행히
국내 도입분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2달러까지는 이미 국내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며 아직은 여유있는 표정이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연장을 곧 공식화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가격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는 속언처럼 고유가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오는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도 눈길을
끈다.

세계의 석학들이 모이는 이 행사에는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계 인사
들이 참가, 한국경제설명회를 갖는다.

새천년 첫해에 세계의 석학들이 어떤 "예언"을 내놓을 지가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한편 다음달로 예정된 뉴라운드 재개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25일 뉴라운드
대책을 다시 점검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소집한다.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 재개될 지, 달라진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지
등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임혁 기자 limhyuck@ked.co.kr >

[ 체크포인트 ]

<>24일 - 금융정책 협의회

<>25일 - 뉴라운드 대책 위원회

<>27일 - 다보스 경제포럼 개막
- 미국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

<>주중 - 대우차 매각협상
- 국제유가 동향
- 나라종금 영업정지 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