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제아무리 깨끗하던 피부에도 잔주름, 염증이나 여드름 자국,
기미 주근깨 검버섯 등 갖가지 흠이 생긴다.

여성이면 누구나 이런 결함을 감춰 젊고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한다.

고대부터 기능성제품이 봇물을 이루는 오늘날까지 분이 화장품의 주종을
이루는 건 이때문이다.

기원전 3세기 아테네 고분에서 연백분 사용 흔적이 발견된데서 드러나듯
분의 재료는 오랫동안 납이었다.

서양에선 1919년 무독성의 이산화티탄이 발견되면서 연백분이 급감했지만
국내에선 37년 박가분이 생산중지될 때까지 납분이 쓰였다.

20년대에 박가분의 한달 판매고가 1만갑이상이었던 것은 당시 백분의 인기를
전하고도 남는다.

50년대초기 ABC분 55분 향미분에 이어 59년 태평양화학이 내놓은 코티분
또한 이땅의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80년대부터 노화방지 작용을 강조한 기능성화장품이 등장했지만 피부결점을
감싸는 파운데이션과 분, 콤팩트는 여전히 필수품이다.

불황탈출 소식과 함께 화장품의 고가화가 가속화되더니 지난 연말부터
발매된 골드콤팩트가 없어서 못팔 만큼 인기라 한다.

골드콤팩트란 금도금용기에 금이나 진주가루를 포함한 분을 담은 것이다.

금이 항염작용을 해 민감한 피부에 좋고 얼굴을 화사하게 해준다는 선전인데
보통제품의 3배가 넘는 값에도 불티난다는 얘기다.

화장품산업은 경기를 안탄다는게 통설이다.

주름을 제거한다는 레티놀은 열과 빛에 약하고, 미백작용이 있다는 과일산
(AHA) 또한 잘못하면 피부변색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데도 계속
잘팔리는건 탄력있고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픈 여성의 염원을 나타낸다.

그러나 노화의 메커니즘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마당에 몇몇 성분의
배합만으로 갑자기 몰라보게 다른 화장품이 나오기는 어렵다.

금가루화장품은 90년대초 한동안 유행하다 시들해졌었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지만 비싼 화장품이 조금이라도 더 효과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에 너무 매달리는게 아닐까 싶은건 괜한 기우일까.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