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한다.

그 변화된 환경의 하나로 "스피드경영"에 대한 지적이 높다.

빨리 결정하고 빨리 조달하고 빨리 만들어 빨리 배달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떤 제조업체든지 "빨리"를 강조하다 보면 "정확히"란 측면이
소홀히 취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연 어떤 묘수로 "빨리" 동시에 "정확히" 물건을 제조할까를 궁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산
혁신방법으로 각광받는 이론이 TOC(Theory of Constraints)다.

일본의 경영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변화속도가 빠른 제품의
생산현장에서 납기단축등에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TOC를 소개하고 있다.

TOC를 번역하면 "제약조건의 이론"이다.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사고방식은 이렇다.

"기업활동은 이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익이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는 것은 어딘가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활동속에서 그것을 제약하고 있는 부문(제약조건)을 찾아내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강화하면 이익이 증대되는 성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론이
TOC다.

한동안 늘던 이익이 다시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 다시 제약조건을 찾아낸다.

생산현장의 이익은 생산성 향상이다.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제약조건을 발견,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TOC가 다른 생산혁신 이론과 다른 것은 성과와 직결되는 공정만을 핀셋으로
집어내 개선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곧바로 수치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 NEC의 일본내 한 공장이 TOC를 현장에 적용시킨 결과 2년여만에
리드타임(생산공정을 통과하는데 드는 시간)은 절반이하로 줄어들고 생산량
은 두배로 늘어났다.

이곳에서 만드는 부품은 기술혁신의 속도가 너무 빨라 종전처럼 각 공정의
개선점을 취합, 생산혁신을 꾀하는 형태로는 효과의 유무를 판단할 수도
없었다.

공정개선 효과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한단계 발전한 부품으로 생산체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TOC 적용 이후 비로소 생산성 향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TOC 활동은 일단 제약조건을 발견하는 일에서 출발했다.

각 공정의 책임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자 어느 공정에 제약조건이 있는가는
바로 찾아졌다.

문제는 시험공정이었다.

부품을 시험하는 공정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24개씩이었다.

그러나 직전의 조립공정에서는 부품처리가 1백개씩 이뤄져 시험공정은 항상
재고를 안고 있는 양상이었다.

공장에서는 다른 공정의 처리속도를 시험공정의 속도에 맞춰 나갔다.

설계에서부터 자재조달 등 모든 공급측면을 시험공정의 처리속도에 맞추자
우선 재고와 리드타임이 줄어들면서 생산원가가 떨어졌다.

이후 공장에서는 시험공정의 처리속도를 향상시키는 과정에 들어갔다.

다른 공정도 이 속도에 보조를 맞춰 나갔다.

전체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됐다.

TOC의 특징은 제약조건을 기업의 결과물(이익)을 늘리는 열쇠로 생각
한다는데 있다.

종전처럼 모든 공정을 개선해 생산을 혁신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기업의 활동전체를 하나의 서플라이체인(공급고리)으로 판단해 수주 재료
구입 생산 납품 청구 입금까지의 수익력은 각 연계고리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계고리중 한개 고리의 강도가 떨어지면 전체의 수익력은 약한 고리의
강도와 같아지게 된다.

제약조건에는 순수한 물리적 제약도 있지만 회사규정이나 제도 조직구조 등
경영의 틀에서 생기는 "방침제약"도 있다.

또 생산량이 늘지 않는 원인이 수요부족에 있는 경우 그 제약조건을 "시장
제약"이라고 한다.

제약조건을 찾아내 대증요법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TOC는 21세기의 기업
경영에서 요구되는 스피드와 캐시플로(cash flow) 경영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TOC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ww.jmam.co.jp/report/tochome/tochome.html
에서 얻을 수 있다 )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