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망) 경영''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존의 점포망 등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IMF 한파''가 한풀 꺾이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런 현상은 기업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기업의 망을 빌리는 ''네트차입 경영''까지 등장했다.

''망 경영''은 민간기업에만 해당되는 흐름이 아니다.

공기업 경영혁신과 맞물리며 공공부문에도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새천년 기업활동의 주류는 네트경영''이란 표현이 단순한 수사로 그칠 것
같지 않다.

<> 활발한 네트경영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지난해 12월 20일 "신사업 추진단"
을 발족했다.

전국 16만7천여개 담배 소매점을 기반으로 유통사업에 진출하는게 추진단의
업무.

담배인삼공사는 우선 올 상반기중 서울지역에서 1천여개 점포를 골라 생활
필수품을 시범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백화점과 슈퍼마켓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스카우트를 추진중이다.

회사측은 "담배를 공급해주는 인력과 기동 장비를 보유중이며 고객망
점포망 공급망 등 필요한 망은 모두 갖췄다"며 "재고 관리만 잘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곽주영 신사업추진단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 쌍방이 이득을
볼 수 있는 품목을 주로 취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솔PCS도 네트를 활용해 신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 회사의 신사업 기반은 고객관리시스템.

연령 거주지역 소득수준 학력 등으로 고객을 분류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이다.

한솔은 지난해 10월 P&G의 요청으로 시범 실시한 광고 결과를 토대로 신사업
을 구상중이다.

당시 한솔은 P&G로부터 20~23세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용 신제품을 광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솔은 15초동안 광고를 들으면 1분간 PCS 무료통화를 보장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내보냈다.

고객들의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 타깃층을 확실히 선정함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객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광고업을 벌이는 계획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한솔PCS는 이와는 별도로 1천5백여개의 점포망을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텔을 지원중이다.

SK도 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 고객 1천여만명을 비롯 엔크린카드 6백여만명, 신세기통신
3백여만명 등 총 1천9백여만명의 고객을 기반으로 인터넷 마케팅 전문회사
로의 변신을 추진중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오케이 캐시백"(www.okcashbag.com)을 통해 고객망과
1천1백여개 제휴업체를 연결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SK는 고객망을 제공하는 대가로 제휴업체로부터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 네트 차입경영도 인기 =다른 기업의 네트를 빌려 쓰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동원증권은 지난해 12월 24일 정보통신부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부족한 네트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동원증권의 영업점은 고작 60개에 불과하다.

증시 활황세로 급증한 주식 투자자를 고객으로 흡수하기엔 역부족인 규모.

이에 따라 동원은 2천8백여개 조직망을 가진 우체국 네트로 눈을 돌렸다.

동원증권과 우체국의 업무 제휴는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이때부터 우체국은 동원증권의 지점과 비슷한 역할을 해주게 된다.

동원증권의 증권계좌 개설과 입.출금 업무 등을 대행해 준다.

우체국과 동원증권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통합카드도 발행한다.

서광열 업무개선 부장은 "우체국과의 업무 제휴로 영업망을 넓히는 것은
물론 도서벽지 주민들에게 공모주 청약 등의 혜택을 주는 부대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원증권은 우체국의 네트를 활용하는 조건으로 수익금의 30%를 정보통신부
에 기금으로 납부한다.

택배회사와 인터넷 쇼핑몰간에도 "네트 차입"이 활발하다.

육상 물류업체인 (주)한진은 지난해 12월 22일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골드뱅크와 손을 잡았다.

골드뱅크에 주문된 물품을 한진이 배송해 주는 업무제휴였다.

한진의 네트를 골드뱅크가 빌려 쓴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다른 업종의 인터넷 쇼핑몰 물류시스템과 중소 쇼핑몰을 육성
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 경우 네트 차입은 더욱 활성화될게 뻔하다.

요즘 택배업체들과 전자상거래 업체들 가운데 "배급망과 주문망의 만남"을
연결시켜 쏠쏠한 재미를 보는 곳들이 많다.

<> 네트 경영의 배경 =고객망과 점포망은 기업 판매활동의 기반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거래 상대(고객망)가 없다면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

점포망도 마찬가지다.

고객들과 연계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판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객망 점포망은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인 셈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이 도.소매 환경을 바꾸고 있지만 네트는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다.

점포망과 택배망은 인터넷 쇼핑몰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네트 경영이 활발해지는 배경에는 전자상거래와 경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거래로 택배사업의 필요성이 재인식되면서 망의 중요성이 부각된
데다 경기회복으로 신규사업 투자 마인드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기존 시설 자산을 활용하면 투자 실패위험도 줄어
든다.

네트는 훌륭한 사업 기반인 셈이다.

<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