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올해 통화정책 방향은 통화를 총유동성 기준으로
7~10% 증가율 범위에서 공급하고 물가는 2.5%를 기준으로 상하 1%포인트
내외에서 안정시키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새로 "유동성조절 대출"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금리의 공시기능을 제고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GDP는 7.2%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물가는 3%내외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는
경제전망치도 동시에 발표됐다.

비교적 무난한 정책목표요 전망치라는 평가들이지만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데
한국은행이 무척 고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수치들의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중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총유동성( M 3 )만 하더라도
워낙 증감의 변화가 심해 통화지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두고 한은 내부에
서조차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M 3 증가목표치를 13%로 설정했었으나 실제 증가율은 8%
수준에 그쳤다.

대우사태를 계기로 신탁상품 잔고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지표로서의
신뢰성도 크게 낮아졌던 것이다.

특히 올해도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등 국내금융시장을 교란시킬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고 연초부터 급락하고 있는 증권시장 동향 역시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가목표 역시 지난해 3%를 기준으로 상하 1%포인트 내외의 증감을 허용하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결과는 이와는 거리가 먼 0.8% 증가에 그쳤었다.

그것도 한은의 물가안정 노력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유통혁신, 수입물가 하락
등이 이루어 낸 것이었다.

올해의 목표치인 "2.5%(플러스/마이너스)1%"는 변동허용치의 범위도 넓다고
하겠지만 그것조차 석유류제품과 곡류외 농산품은 제외한 수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시 앞에서 말했 듯이 지표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채권안정기금이 발족해야 할 정도로 자금 흐름에 심각한
애로부문이 있었지만 시중금리 지표들은 이와 무관하게 움직인 적이 많았다.

한은은 올해 단기금리의 분명한 지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융권이나 증권시장의 관심이 매우
낮았던 것도 각종 지표들의 유의성이 이처럼 크게 낮아져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화가 각종 지표들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하겠지만 바로 그런 점을 감안, 한은은 명목수치보다는
경제와 자금시장 전반의 내적인 흐름을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