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기술을 깨워라"

일본에서는 대학내에 설치된 기술이전센터(TLO)가 산.학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허에 관한 수속 대행에서부터 기술을 이전할 기업 선발, 벤처기업의
창업지원 등 그 역할도 다양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등 30개 대학에 TLO가 설립돼
있고 10여개 대학이 설립을 준비중이다.

TLO 제도는 지난 1998년 8월 "대학 등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라 통산성과
문부성의 지원으로 도입됐다.

미국의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성격을 본뜬 것이다.

일본 정부가 TLO를 도입한 이유는 "잠자는 기술을 깨우기 위해서"다.

예컨대 일본의 연간 특허등록 건수는 90만 건으로 미국의 2배 정도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용화된 특허는 겨우 30%에 불과하다.

일본이 미국과의 기술무역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TLO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초 연구를 짊어진 대학을 "실학 집단"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의 연구자가 신기술을 갖고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예가
많다. 이른바 "스타트 업(Start-Up) 기업"은 미국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되고 있다. 일본의 TLO는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요츠야나기 도호쿠대 공대 학장)

각 대학의 TLO 담당자들도 하나같이 "대학은 더이상 상아탑만이어서는
안된다. 일본 전체의 기초연구비 가운데 65%를 쓰면서도 연구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주장한다.

TLO는 대부분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

동시에 참여 기업들로부터 지원받거나 특정 프로젝트에 응모해 자금을
추가로 따내기도 한다.

이밖에 TLO로 지정되면 정부가 채무를 보증해 주고 특허수수료까지 면제해
준다.

TLO의 연구과제는 그동안 연구되지 않은 신산업 분야가 대부분이다.

TLO의 특허 수익은 대학 연구소 연구자 등 3자에게 똑같은 비율로 배분된다.

이는 "연구->특허->수익->연구"라는 "선순환"을 만들어 연구현장에 재투자
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TLO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TLO가 미국의 연락사무소처럼 제 역할만 해낸다면 일본이 꿈꾸는 21세기
신산업 창출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과학기술정책연구소 와타나베
수석연구원)는 것이다.

<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