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 연휴가 끝날 무렵 면도기를 사기위해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데 값비싼 외제면도기는 많았으나 국산면도기는 구경할 수가 없었다.

매장직원에게 왜 국산면도기는 없느냐고 묻자 대답은 외제면도기만 팔기로
계약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되묻자 국산면도기는 "마진"이 적어 그처럼
판매방침을 정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이가 없어 새천년부터 기분이 뭉개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편의점업체에서 어떻게 비싼 외제품만 팔 수
있는지, 높은 마진을 챙기기위해 소비자들에게는 상품선택의 기회마저
박탈하는지 말이다.

도저히 그냥 넘어 갈 수 없어 다음날 본사에 전화를 여러번 했으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고 없다"는 앵무새같은 대답뿐이었다.

만일 국산면도기를 외면하고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외제면도기만 판매하는
현상이 다른 편의점으로 확산된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값비싼 외제품들에게
바가지 아닌 바가지를 쓰는 게 아니겠는가.

또 우리 중소제조업체들이 만든 물건은 어떻게 국민들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해당 유통업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오승민 <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