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K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주 접속한다.

새해 첫 출근한 지난 3일 아침 그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몇번을 다시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직장상사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에서 일부러 접속을 막아놓았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가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 회사 기밀이 이 메일 서비스를
통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K씨는 회사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개인적인 내용의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업무에 유용한 각종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포털사이트 이용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말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 L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PC통신의
전자우편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퇴사를 하면서 회사 전자우편 계정이 없어져 PC통신으로
온 전자우편까지 제대로 배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전자우편이 PC통신 회사의 전자우편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L씨는 개인적으로 쓰는 PC통신 전자우편까지 감시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최근 직원들의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근무시간에 인터넷 주식거래나 음란사이트를 방문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기밀을 전자우편으로 빼돌리는 사고가 간혹 일어나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한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보내는 전자우편에서 "보고서" "첨부" 등의
단어가 들어있는 것들은 자동으로 검색해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직원의 인터넷 이용 감시가
사생활 침해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직원들의 인터넷 사용 상황을 감시하는게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경영협회(AMA)가 최근 1천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45%는 필요할 경우 직원의 전자우편이나 컴퓨터
파일을 열어보고 있으며 전화 통화를 감청하거나 컴퓨터 파일을 열어보고
있다고 답했다.

직원의 전자우편 내용을 수시로 꺼내 보거나 아예 기록으로 보존하고 있다는
답변도 27%에 달했다.

16%는 직원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녹화까지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기업도 늘고 있다.

언제 어떤 웹사이트에 방문했는지 감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웹센스"의
경우 미국내 4천8백여개 직장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개인 컴퓨터에서 작업한 워드프로세서의 내용이나 그림파일까지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도 등장했다.

인터넷 시장조사회사인 IDC는 미국 1천여개 주요기업 가운데 약 17%가
사무용 컴퓨터를 감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오는 2001년에는 대기업의 80%정도가 감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해외에서는 근무시간에 음란사이트를 방문한 직원들을 해고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제록스는 근무시간에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음란사이트를 방문한 직원
40명을 적발해 해고했다.

이들은 하루 8시간을 업무와 관련없는 사이트를 방문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장거리전화회사인 AT&T의 한 직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부인과
개인적인 내용의 전자우편을 주고받다가 주의를 받았다.

미국 지역 전화회사인 팩벨의 한 관리자는 근무시간에 음란사이트를 보다가
해고당했다.

이스트만코닥은 음란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바슈롬도 얼마전 포르노나 인종 또는 성차별주의를 조장하는 사이트 접속을
막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처럼 회사가 직원의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는데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생활을 침해 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집에서 회사 일을 하는 것과 근무시간에 잠깐 개인시간을 갖는 것이 뭐가
다르냐"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회사에서 사전통보없이 직원의 전자메일을 감시하는
것을 불법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엄격한 감시는 되레 직원의 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경근 기자 choice@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