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영 KAIST 교수 - 아마리 준이치 박사 대담 ]

일본은 21세기를 "뇌의 세기(Century of the brain)"로 정하고 1997년부터
20년 계획의 야심찬 뇌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 뇌연구의 주관기관인 리켄 뇌과학종합연구소(BSI)에서 "뇌의 창조"
분야 연구책임자인 아마리 준이치 박사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수영
(뇌과학연구개발사업단장.뇌과학연구센터장) 교수가 만났다.

-세계적으로 뇌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뇌과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뇌기능의 이해,
창조 및 질환치료가 통합적으로 추진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나 과학 공학 및 의학이 상호
연관성 없이 따로 진행되고 있다"

-뇌연구는 왜 중요한가.

"21세기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990년대를 생명과 정보의 시대라 한다면 21세기는 이들이 융합된 뇌과학의
시대가 될 것이다.

즉 두뇌라는 매우 복잡한 생명체가 수행하는 정보처리 기능을 이해함으로써
두뇌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치매 등 뇌질환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KAIST 뇌과학연구센터가 주도하는 뇌과학연구개발사업에는 석.박사급
연구원 5백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연구비는 50억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일본은 어떤가.

"BSI의 경우 연구비는 현재 연간 약 1억달러(1천1백35억원)에 이른다.

문부성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연구비가 뇌과학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BSI의 예산은 2000년대 중반까지 3년마다 2배씩 늘어나도록 계획돼 있다.

특히 BSI는 대학과 달리 연구원을 5년 이내의 한시직으로 고용하는데 예산중
인건비가 약 20%를 차지한다"

-뇌과학 연구는 다른 연구와 달리 신경생리학 인지과학 의학 전자전산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 환경이 다른 과학자 공학자끼리의 공동연구는 어려운 점도
많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일본에서도 과학자와 공학자사이의 서로 다른 문화가 장애가 된 적이 있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미 20여년전부터 뇌기능을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자와
이를 새로운 정보시스템에 응용하고자 하는 공학자 사이의 융화를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예컨대 BSI에서는 젊은 학제적 성향의 연구자를 "뇌의 이해" 부문과 "뇌의
창조" 부문에 이중으로 속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다행히 그 결실이 이제 거두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학을 배우는 젊은 과학자와 과학을 배우는 젊은 공학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뇌기능의 이해라는 과학적 성과가 의학이나 공학에 기여하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공학자가 과학자에게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뇌구조와 기능은 매우 복잡해서 분자세포 수준에서부터 하나씩 실험적으로
확인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산적해 있다.

공학자가 뇌기능에 관한 모델을 세우고 이를 반도체 칩이나 시스템으로
구현해 실제 두뇌의 작용과 같은 결과를 얻는다면 이 모델이 옳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공학은 이들 과학적 가설의 검증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뇌과학 연구의 현재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아직 태동기에 있으나 21세기초 곧 상승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미 상승기에 접어든 연구와는 달리 연구의 성과가 반드시 연구비
에 비례하지는 않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산업적 응용이 어떤 분야에서 가능하리라고 보는지.

"단기적으로는 인간의 시각이나 청각처럼 보고 듣고 인식하고, 팔다리
운동과 같이 로봇을 제어하고, 더 나아가 시각 청각 및 제어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두뇌와 같은 기억 기능을 모방한 저장 시스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BSI의 연구원중에는 외국인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뇌과학과 같은 태동기의 연구는 국가의 장벽이 없으며 국제적 협력이
요구된다.

국제협력을 촉진하는 방법의 하나로 BSI에서는 연구원의 3분의 1과 실험실장
의 4분의 1을 외국인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은 각각 25% 및 10%이다.

미국 MIT에 공동 연구실을 개설하고 한국의 뇌과학연구센터 및 뇌의약학연구
센터와 상호협력을 위한 협력각서를 교환한 것도 국제협력을 추진하는 노력의
하나다"

< 정리=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