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잔뜩 기대를 안고 희망차게 시작된 새해 주식시장이 폭락의 수렁 속에
빠져들었다.

개장 첫날에는 무려 30.97포인트나 폭등했던 종합주가지수는 그 이후
3일동안 1백10.39포인트(10.4%)나 폭락했다.

어렵게 올랐던 1,000 고지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코스닥시장의 벤처지수도 1월4일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폭락세로
돌아섰다.

주식시장이 새해 첫주에 이처럼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미국주가가 급등에서 급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뉴욕 주식시장은 지난해 31일 폐장되면서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다우존스와 나스닥은 폭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7일 다우존스는 오름세로 돌아섰으나 나스닥지수는 하락세를 지속했다.

둘째 회사채 수익률이 다시 10%대로 상승하는 등 시중금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1월 4일 9천억원 규모의 통안채를 발행하면서 수익률을 연 9.0%로
적용했다.

작년보다 1%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환매가 계속되고 있어 투신사의 채권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셋째 수급 불균형이다.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로 투신사가 하루에 1천억원 이상씩 매도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지난 5일부터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만 사자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이번 주에도 이같은 시장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연히 주가는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기적으로 1백포인트 이상 하락한데 대한 반발매수로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주가지수는 하락하는 가운데 수출 관련주나 금융주 등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다하게 떨어졌던 종목들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수 하락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을 억누르는 요소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반등시 매도를,현금 보유자는 매입을 자제하는
자세가 바람직한 때다.

< 홍찬선 기자 hcs@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