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가구의 영원한 과제 ''나무와 금속''의 세련된 만남 ]

박진규 < (주)인터폴리오 이사 >

1996년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박람회에서는 여러나라가 2000년을 겨냥해
거의 일률적인 소재와 디테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었다.

이 박람회에서는 "나무와 금속"의 만남이 공통된 주제였다.

그 후로 몇 년동안 새로운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진행돼 왔으며 또
하나의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내며 세계적인 추세로 발전해 왔다.

올 1월에 열릴 예정인 파리가구박람회 및 쾰른박람회도 예년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나무의 종류만 변형된 상태의 디자인을 선보일 전망이어
서 향후 몇년간은 세계적인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적잖은 영향을 받아 가구 및 주방 가구를 기초로 해 디자인 및
소재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빛"의 강조를
꼽을 수 있다.

이는 형광등이나 촉수 낮은 백열등에서 벗어나 햇빛과 가장 흡사한 빛을
지닌 할로겐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실내건축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건설사에서도 건축비나 조명기구의 수명을 감안해 감히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젠 시범적으로나마 2001년부터 입주할 집합주택에 실질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 선전문구인 "자연친화적 소재 사용", "첨단
기능의 컴퓨터 시스템 도입", "거실을 확장할 수 있는 가변형 벽체",
"수납공간을 최대한 배려한 주방 수납가구", "유럽형 스타일의 마감자재"
등을 봐도 우리나라에서 유행될 디자인과 소재 역시 앞에서 기술한 내용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세계적인 디자인 추세에 맞춰 우리도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자연친화적 느낌"이라는 소재가 바로 나무다.

엄격히 얘기하면 나무질감의 표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밝은 색의 나무에 익숙하지 못하다.

전에는 장미목이나 티크목 등 비교적 무늬가 화려한 수종을 선호했으나
이제는 나무의 질감은 있되 무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체리목이나 메이플 등
다양한 컬러와 질감을 택한다.

또 실질적으로 요새 짓는 모델하우스의 수종은 대부분 체리목이다.

건설사에서도 나무의 질감은 표현하되 시공비가 저렴한 래핑(필름으로
무늬목과 똑같이 질감을 내서 목재 혹은 금속에 접착시키는 방법)으로
시공하고 있다.

참고로 작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가구 박람회에선 느릅(ELM), 호두나무가
유행했는데 국내 대규모 가구회사도 느릅으로 된 제품을 올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세계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금속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철, 동, 스테인리스 제품이 주종을 이뤘으며
재료비 및 가공비가 다른 금속보다는 비싼 알루미늄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 알루미늄에 대한 모델링이 계속 진행되었으며
비행기 재료로 쓰이는 두랄루민도 목재와 조합해 많이 쓰이고 있다.

두랄루민(은색, 무게가 다른 금속보다 가벼움)은 특히 네트워크시대에 잘
어울려 앞으로 계속 연구돼야 할 금속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전자제품에 응용될 정도로 가볍고 가공이 쉬워 가구및 실내장식의
일부로도 많이 활용될 예정이다.

<>소재가 메탈을 강조하는 시대적 배경으로 빛의 역할은 더욱 부각된다.

빛은 차가운 느낌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오히려 질감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매개체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할로겐 조명은 더 강조될 것이며 또한 레이저 빔같은 특수조명의
다양한 연출을 요구하기도 할 것이다.

하나의 조명으로는 다채로운 연출을 꾀하기 어려우므로 센서 부착은 필수가
될 것이다.

또 10여년전에 국내에 음성인식 자동조절시스템이 도입된 적이 있었으나
실용화되지 못하고 몇몇 주택에서만 적용된 사례가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음성을 입력해 모든 전자제품 및 장치를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않고 음성으로만 컨트롤하는 시스템이 곧 선보일 전망이다.

이렇듯 앞으로의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디지털 혁명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느 집이건 거실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여러개의 리모컨, 뒤죽박죽
연결돼 있는 전선 등을 이젠 볼 수 없게 된다.

TV로 인터넷 및 E메일을 보낼 수 있고 상품구입까지 하게 되듯이 음성으로
TV에 지시를 하면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지게 된다.

예를들면 "TV 온(On)"하면 TV가 켜지고 "인터넷"하면 인터넷의 여러 채널이
화면에 나타난다.

TV는 이제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라 그 기능이 중요시되므로 벽체매입형
평면 TV, 평소엔 거울이었다가 TV로 전환되는 시스템 등은 이미 외국에서
개발후 시공한 선례가 있고 국내에서도 역시 전자제품을 위주로 디지털
시대에 맞춰 실내건축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지문으로 감식되어 개폐되는 현관잠금장치 또는 음성인식 잠금장치,
발코니 창이 투명이었다가 자동인식해 거울로 바뀌는 장치, 인체의 온도 및
실내온도를 감식하여 작동하는 자동보일러와 에어컨 시스템, 천장에서
내려오는 수납기능 등 미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치들이 실생활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기능이
다양해질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