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중개인"은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보험사와 요율 협상을
할 수 있고 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계약자를 대리해 보험금청구를 하는
새로운 직업이다.

지난해 11월 보험중개인 자격시험 시행공고가 난 이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시험을 보고 난 작년 12월 22일 합격자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금감원장 직인까지 찍힌 합격증을 받았다.

그동안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부푼 꿈과 희망을 설계하고 있던중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시험문제지는 A, B형이 있다.

그런데 B형의 경우 채점과정에서 전산 에러로 합격자 1백23명중 73명이
뒤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해 보니 "미안하다. 내년에 다시 시험을 보든지 아니면
법적소송을 제기하는 길밖에 없다"는 답변이었다.

공신력이 생명인 당국이 이런 조치를 해도 되는가.

스포츠경기에서도 "판정 번복"이란 없다.

어렵게 공부해 합격한 사람에게 느닷없이 "합격 취소"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닌 시험당국의 잘못으로 인해서 그렇게 됐을 때
말이다.

정부당국의 실수로 인해 새 천년이 시작되는 첫달부터 꿈이 무참하게
짓밟힌 여러사람이 참으로 황당해하고 있음을 밝힌다.

유정원 < 서울 양천구 신정6동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