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통째로 복제해 버릴까"

생명복제 기술이 20세기 후반 급속히 발전하면서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분신"을 창조해 낼 수 있게 됐다.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사람에겐 "제2의 자신"을 창조하고 행복하게 눈을
감겠다는 꿈을 실현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덕적인 논란이 마지막 남은 장애라고 할수 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생명복제 기술은 완성단계에
와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분화를 시작한 수정란을 이용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를 생산하는 기술은 1980년대의 낡은 것이다.

1996년에는 생식기능이 없는 것으로 믿어지던 체세포를 복제해 태어난 돌리
(양)가 인간도 언제든지 복제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처럼 생명복제에 사용되는 기술은 배단계의 세포를 사용하는 수정란할구
분할과 체세포 복제 등 두가지가 있다.

수정란 할구 분할법은 수정란이 분화를 시작한후 할구가 두배씩 증가하는
배단계에 있을때 각 할구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기술.

수정란의 할구를 분할시켜 대리모에 각각 이식하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같은 성의 생명체를 둘이상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
를 창조할 수 없다.

체세포 복제는 기존의 생명체의 체세포로부터 유전자를 모두 담고 있는 핵을
분리해 미수정란의 핵과 대체함으로써 생명체를 창조하는 방법.

체세포의 핵으로 치환된 미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시키면 수정란처럼 분화의
과정을 거쳐 생명체로 발전한다.

분화는 체세포의 핵에 존재하는 유전자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핵을 제공한 동물과 같은 성과 유전자를 가진 "판박이" 생명체가
탄생한다.

특히 체세포 복제는 분화능력이 없다고 믿어지던 미수정란에 체세포에서
떼낸 핵을 넣어주는 새로운 생명창조의 방법을 확립했다.

당연히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종교계의 비난이 뒤따랐다.

과학자들이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생명복제의 다양
한 쓰임새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값싼 필수의약품을 대량 생산된 동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장기가 손상된 사람에게 이식할 인공장기를 가축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

의학혁명의 성패가 생명복제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같은 생명복제는 또한번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2003년으로 예정된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생명복제의 기술이 만나면 우성인자
만을 가진 생명체를 대량으로 "맞춤"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맞춤형 인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능력이 뒤떨어지는 인간도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는 종교계의 비판도 여기
에서 비롯됐다.

진화와 창조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지금 인류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