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문의 사회적 연계 중요시 ]

장민호 < KIST 박사 >

"MIT와 하버드대학이 없다면 루트128의 발전도 없다"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얼마전 보스턴은행에서 발표한 자료가 그것을 입증한다.

"MIT 졸업생과 교수가 세운 회사들이 모여 하나의 독립된 나라를 만든다면,
그 나라의 총수입액은 전세계 24위에 해당한다. 그 나라에는 휴렛팩커드(HP),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텔을 비롯한 4천여개 이상의 회사가 있다. 이들의
판매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1천1백60억달러에 달한다. 지금도
매년 1백50여개의 MIT 관련 회사가 세워지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MIT와 미국의 산업발전간의 관계는 루트128 지역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MIT와 관련된 회사로 인한 고용효과를 주별로 보면 의외로 캘리포니아가
1위다.

그 다음이 매사추세츠, 텍사스 순이다.

MIT의 생물학과 샤프 교수는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인물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생물에서 추출한 DNA를 시험관 내에서 재조합시켜 얻은 DNA를 가지고
약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샤프 교수는 벤처자본가들의 투자를 받아 바이오젠(Biogen)이란 회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사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는 1993년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MIT가 루트 128 지역과 미국의 경제발전에 공헌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학문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중요시하는 대학문화에서 기인
한다고 지적한다.

MIT의 연구과제는 직.간접적으로 산업 현장과 깊이 연계돼 있다.

연구 업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논문 발표 수보다는 연구 결과가 실생활
또는 산업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더 중요시한다.

MIT의 또 다른 특징은 "변화를 예측하고 적응"하는 능력이다.

MIT가 바이오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지난 1970년대
생물학과의 발전 방향을 분자생물학으로 정하고 적극 추진한데 힘입은 바가
크다.

또한 기계공학과도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기계 정보 생명 분야의 접목"
으로 정하고 생물학 및 정보공학 전공 교수를 기계과 교수로 채용하는 등
변화에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