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간 e-커머스'' 급팽창 예고 ]

장민호 < KIST 박사 >

"좋은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면 이미 10여개의 다른 회사가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앞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e-컴퍼니의 파트너 스티브 레저
(Steve Ledger)씨의 말이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하나의 벤처 회사를 만들때 90%의 시간이 기업가 자본가
엔지니어가 서로 알맞은 파트너를 찾는데 쓰이고, 나머지 10%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쓰인다고 한다.

인터넷 벤처 회사가 창업 장소로 굳이 생활비가 비싼 실리콘 밸리를 고집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리콘 밸리에는 이미 많은 기업가 자본가 엔지니어가 모여 있고 이들간에
휴먼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

이곳의 호텔 로비 식당에서는 이들간의 만남이 밤낮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형성된 휴먼 네트워크는 서로의 "벤처 정신"을 고취하고
기업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는 21세기 인터넷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조짐
이 나타나고 있다.

Business-to-Consumer(기업-소비자간 전자상거래)의 붐은 지난 9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는 반면 Business-to-Business(기업간
전자상거래)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의 전문지 포레스터 리서치는 99년 B to C 시장은 2백억달러,
B to B 시장은 1천1백억달러인 반면 2003년에는 B to C 시장이 1천1백억달러,
B to B 시장이 1조3천3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B to C 서비스는 아마존(amazon.com)과 같이 소비자가 구미에 맞는 물건을
인터넷을 통하여 주문하는 방식으로 사업모델이 비교적 단순하다.

반면 B to B 서비스는 아비라(ariba.com)와 커머스원(commerceone.com)과
같이 사업모델이 복잡하고 또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극심한 불황속에 수많은 고급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자 이들이 실리콘밸리 발전의 주축이 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우수한 인력과 자본이 벤처산업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이 21세기 한국 벤처산업의 미래를 밝게해 줄 것이 분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