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물어지는 금융장벽 ]

금융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재래식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고 증권계좌도 개설해준다.

증권회사는 고객들에게 은행의 대출서비스를 알선해 줄 수도 있다.

금융회사끼리 손을 잡으면 못할 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고객이 이리저리 옮겨다닐 필요없이 한 점포에서 금융업무를 다 처리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도 곧 등장한다.

금융회사들이 업무제휴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혼자서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 접어들면서 웬만한 대형금융회사가 아니면
영업망, 금융상품 구조, 공신력 등에서 홀로서기가 쉽지 않게 됐다.

거의 모든 금융회사가 개인고객(소매금융시장)을 놓고 각축중이다.

대형화, 전문화 가운데 택일의 강요받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의 업무제휴는 금융 빅뱅(Big Bang,대변혁)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2차 금융구조조정이 <>업무장벽 철폐 <>예금보호 범위 축소
(2001년1월1일부터 2천만원까지만 보장) <>금융지주회사(금융그룹) 태동
<>금융 정보기술(IT) 고도화 등으로 촉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은행을 중심축으로 몇개의 거대한 금융카르텔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선도금융회사가 된다.

나머지는 전문화하든지 틈새시장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은행이 업무제휴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에서 모든 입출금이 이뤄지므로 은행을 뺀 제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장벽이 무너질수록 은행은 득을 보게 돼 있다.

수백개의 점포망, 공신력, 대규모 자산 등을 무기로 영역확장이 가능하다.

보험과 증권회사는 은행과 제휴를 통해 고객서비스를 진일보 시킬 수 있다.

투신 종금사도 은행을 판매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드회사와 신용협동조합은 계좌관리를 맡길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생명 신한증권 등 계열금융회사와 점포를 통합해
"금융프라자"를 만들 계획이다.

고객이 한곳에 붙잡아 놓고 예금 대출 증권투자 보험상품가입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한빛은행과 한빛증권 한빛여신금융,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카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한국종금, 동양증권과 동양종금 동양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많은 곳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계열회사가 없는 곳은 유력한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빨리 손잡지 않으면 ''왕따''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금융시장에서 왕따는 설자리가 별로 없다.

그러나 금감위가 오는 14일 확정할 업무제휴 기준은 아직 금융회사들의
눈높이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업무영역을 규정한 은행법 보험업법 증권거래법 등 현행법이
엄존하는 한 초보적인 업무협조 이상의 제휴는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선 방카슈랑스(은행 보험 겸업)를 원하는데
지금 여건은 훨씬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현행 보험업법엔 보험상품의 인수 모집은 보험사업자로 국한시키고 있다.

방카슈랑스의 초보적인 단계만 허용되는 셈이다.

예컨대 주택은행이 ING생명과 제휴해 자제 점포에서 보험상품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점포 한켠에 보험상품 판매코너를 만들어도 은행창구와 칸막이를
두고 보험 직원이 직접 나와서 팔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김영기 감독조정실장은 "금융권별 핵심업무를 규정하고 나머지는
겸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현행 분업주의 법체계상 실질적인 겸업은
자회사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선진국처럼 방카슈랑스를 허용하겠지만 당장은 아니란 얘기다.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는 올해 금융관련법을 전면 손질할 방침이다.

업무제휴 겸업의 제한이 거의 없어질 전망이다.

금융장벽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만큼 고객들은 편하고 즐거워진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