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경제학 개혁의 선구자로 꼽히는 사와 다카미쓰 교토대교수.

그는 앞으로 새로운 경제사회체제의 등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완전한 상태"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힘이 폭력화하기 때문에
경제시스템을 파괴한다는 것이 사와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시장의 폭력화를 막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복지정책을
중시하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사와 교수를 도쿄시내 팔레스호텔에서 만나봤다.


-자본주의가 표류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20세기의 마지막 10년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가운데 어느것을 선택할
것이냐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지난 91년 소련연방의 해체로 사회주의가 붕괴됐다.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할수있다.

그이후 시장경제를 만능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구소련과 동유럽은 민주화 자유화를, 동아시아는 시장경제화를 추진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가 무섭게 시대의 키워드로 됐다.

그러나 글로벌시장에 문제가 발생했다.

국제적으로 움직이는 투기자본인 헤지펀드로 인해 97년 7월이후 동아시아
러시아 중남미에 잇따라 통화위기가 발생했다.

통화위기는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됐다.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완전한 상태"에 접근하면 할수록 시장의 힘이
폭력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시장원리주의자들은 "시장의 힘"(Market force)의 논리를 강조한다.

비효율적인 노동력이도태되는 것은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비효율적인 기업의 퇴장도 국민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장의 힘이 경제시스템을 파괴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빈부의 격차, 단기자본의 빈번한 이동에 유출입에 의한 자본시장의
교란, 공적교육과 의료혜택의 부진, 자산가격의 폭등.폭락으로 인한 금융위기
등이 그 사례다.

시장을 완전한 상태로 몰고간 글로벌화가 시장폭력화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다.

최근들어 "하나만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대형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도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의 표준(드팩토스탠더드)이 되면서 눈깜짝할 사이에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시장 폭력화는 환경문제등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시장의 폭력화를 막기 위한 대책은 없는가.

"시장참가자의 불공정한 행위를 막기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

경쟁의 결과 하나만 남는 것은어쩔수 없다.

포스트공업화사회에 대비한 독점금지법의 마련이 필요하다.

세제개혁을 단행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수있다.

포스트공업화사회에서 시장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정보의 독과점을
막아야한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지나친 주가나 환율의 변동을 막을수 있는
정책협조도 불가피하다"


-글로벌시대에 시장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럽지 않을까.

"아시아통화위기이후 국제금융시장에 대해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못하고 있다.

요즘 미국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불경기에 빠지면 누가, 어느 기관이 글로벌 자본주의를 규제할 수
있느냐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제에 관한 국제적인 규제장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경제분야에서도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밀레니엄 신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처 영국총리는 신보수주의 개혁(자유화 민영화)을 추진했다.

영국경제는 활성화됐지만 소득격차는 커졌다.

영국국민들은 "대처리즘"을 거부했다.

그래서 블레어 노동당정권이 탄생했다.

"제3의 길"을 제시한 기든스는 글로벌화, 정보화, 지구환경문제, 재정위기
등 최근의 변화에 대해 신우파(대처리즘)와 구좌파(종전의 노동당)가 다같이
적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상황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제3의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만능주의로는 시장의 폭력화에 대응할수 없다.

"리스크의 공동관리"를 모토로 하는 복지정책을 중시하는 "제3의 길"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1세기 세계경제의 판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10년전에 경제학자들은 하나같이 미국제조업이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팍스아메리커니즘은 끝나고 팍스저패니즘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일본경제의 실적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최근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가 해마다 발표하는 상위 1백개기업안에 들어간 일본기업은
NTT NTT도코모 도요타자동차 도쿄미쓰비시은행등 4개뿐이다.

앞으로 10년후에는 어떻게될지 아무도 모른다.

일본은 실력을 회복하는 것이 과제다.

미국은 베스트인현재의 상황을 지속시키는게 목표라고 본다"


-21세기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본이 실패한 것은 80년대의 성장에 너무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환"이 늦었다.

21세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형시스템이 어떻게 될것인지가 특히 주목된다.

상황변화에 대비해 가면서 제3의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나라가 결국 이길
것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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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42년 일본 와카야마현 출생
<>1965년 교토대 경제학부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 일리노이대 객원교수 역임
<>1995~99년 교토대 경제연구소 소장
<>현 교토대대학원 에너지과학연구과.경제연구소 교수
<>주요저서:"경제학이란 무엇인가" "대국 일본의 조건" "헤이세이 불황의
정치경제학" "일본의 난문"등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