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개막을 알리는 밀레니엄 국민축제가 31일 자정을 전후해 서울
광화문과 삼성동 무역센터, 인천 영종도국제공항 등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펼쳐진 "광화문 2000" 축제는 1부 앞풀이(밤10시
~11시), 2부 본행사(밤11시~0시30분), 3부 뒤풀이(0시30분~1시30분)로 나눠
진행됐다.

1부 "밀레니엄 한민족 대합창"에서는 가수 이미자 조영남, 국악인 안숙선,
성악가 조영수가 합창단 무용단 군악대 1천여명과 함께 노래와 춤으로 축제의
흥을 돋웠다.

이어 변산반도 격포에서 채화한 20세기 "마지막 햇빛"을 맞는 "불맞이"
행사가 열렸다.

2부 본행사에서는 12만명의 관객이 "역사의 기억"을 테마로 12간지 행진을
펼쳤다.

김구 세종대왕 등 띠별로 대표적 역사인물을 태운 "역사의 수레"와 다음
세기의 주제들을 표현한 "미래의 열차"가 세종로를 돌며 새 천년을 축하했다.

이 행사에는 특히 이승엽 박세리 등 유명스타들도 참여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정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광화문 교보빌딩에 설치한 32m의 거대한 시계추가
카운트 다운에 돌입하면서 행사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시계추가 ''0''을 표기하고 운집한 시민들이 일제히 ''2000''을 외치는 함성과
함께 1천9백99개의 연이 일제히 날고 현란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광화문을 둘러싼 북악산 남산 안산 낙산 등 4개 산에서 1분간 한밤을 한낮으
로 바꾸는 빛의 축제가 펼쳐졌다.

반경 4백m에 달하는 20인치 연화 5천여발이 한꺼번에 터져 구경나온 시민들
의 탄성을 자아냈다.

3부 "하나되는 우리, 희망찬 새 천년"에선 김건모 변진섭 등 30대 톱가수와
유승준 핑클 이정현 등 신세대 가수들이 어우러져 광화문빌딩 광장에서 새
천년 굿판을 벌였다.

이날 광화문과 종각 일대에는 자정행사와 타종식을 보기 위해 30여만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행사가 끝난 후 새벽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정 직전에 삼성동 무역센터의 아셈빌딩에서는 점등식이 거행됐다.

41층 건물에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4층단위로 불을 켜 카운트가 "0"을
가리키는 순간 빌딩전체가 불을 밝히고 빌딩 전면에 있는 분수가 불꽃
분수대로 변하는 장면이 연출, 구경나온 시민들의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영종도 국제공항의 활주로에서는 수천개의 오색 신호등이 켜진 가운데
인천지역 남녀 2천명이 공항지휘자의 카운트다운 신호에 따라 일제히 의상을
나부끼며 활주로를 질주하는 행사가 열렸다.

1900년에서 2000년까지 10년 간격으로 표시된 열 개의 숫자판을 가로지를
때마다 불꽃이 활주로를 따라 피어오르면서 "비상"장면을 연출했다.

광화문 행사에 가족과 함께 구경나온 김재준(36. 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이처럼 거대하고 아름다운 행사를 본 적이 없다"며 "밀레니엄 행사에 걸맞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11시부터 시작된 자정행사는 세계 각국에 생중계됐다.

이에 앞서 31일 오후5시 30분 17초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격포해수욕장에서
채화된 천년의 마지막 불씨는 오토바이 5백대에 의해 자정 카운트다운 행사장
인 광화문으로 호송됐다.

이 불씨는 1일 아침 첫 햇빛과 합쳐져 2002년 상암동 천년의 문에 "영원의
불"로 보존될 예정이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