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8월15일.

이날은 21세기 서울시의 가장 역사적인 날로 기억된다.

서울시가 유엔총회에서 회원국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세계 환경수도"로
지정된 것.

지난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환경보호 정책이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된 순간이다.

인구과밀과 교통혼잡 환경오염 고물가 등으로 악명 높던 과거 서울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세계적인 "에코폴리스(생태도시)"답게 싱그런 푸르름과 맑은 공기를
전해주는 숲과 공원을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부터 한강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뛰놀고 남산에는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푸른 도시, 살아 숨쉬는 생명의 도시로 완전히 변모해 있다.

20세기의 서울은 고층빌딩으로 상징되는 지상개발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시작돼온 환경친화적인 도시계획으로 인해 서울시내
에서 무분별한 고층건물의 건축은 제한된지 오래다.

서울시는 21세기를 맞아 과밀도시를 입체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거대한
지하도시 건설에 나섰다.

한정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사무실과 호텔 백화점 등 도시기반시설
을 지하로 옮겼다.

지하공간에 무공해 자동차 전용고속도로를 만들었다.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터널이 만들어져 자동으로 처리한다.

물류전용 지하철노선이 건설돼 지하철을 통해 화물이 운송된다.

지상에는 녹지공간과 주거공간이 보다 많이 확보됐다.

도심의 공해가 제로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시커먼 매연을 내뿜던 시내버스는 환경친화적인 천연가스(CNG)버스로
대체되고 승용차는 전기자동차로 바뀌었다.

도심 곳곳에 스카이 카와 케이블카 형태의 개인대중교통수단(PRT), 소음이
적고 승차감이 뛰어난 자기부상열차가 돌아다닌다.

시민들은 자가용을 끌고 나올 필요가 없어졌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피플무버를 타고 다니는 시민들도 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원하는 곳에 편리하게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심과 외곽도시는 소형 제트여객기와 비행선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그래도 도심 교통망의 핵심은 여전히 지하철이다.

지하철이 12호선까지 완공되면서 지하철망이 서울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하철망이 닿지 않는 곳에는 경전철을 이용한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서울의 위상은 눈부시게 달라졌다.

고전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 문화도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녹색도시
서울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월드컵 경기장이 위치한 상암동 일대는 평화의 공원 등 환경친화적 생태공원
과 푸르른 숲이 조성돼 시민들의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생태공원으로 꼽혀 해마다 수만명의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다.

젊은이들은 이곳이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사실을 상상도 하지 못한다.

21세기 세계 경제활동의 중심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오면서 서울은
태평양과 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도시로서의 면모를 자랑한다.

세계 경제.금융.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움한지 오래다.

또 서울이 세계 제일의 정보화도시로 자리잡으면서 강남 지역의 디지털
밸리에 세계적인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 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모여있다.

인텔리전트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무역 금융업무를 맡는 비즈니스파크도 보인다.

또 국제 전시장과 백화점 호텔 등의 시설을 갖춘 컨벤션센터들의 모습도
웅장하다.

시 전역이 광통신 네트워크로 거미줄처럼 연결되면서 서울은 "네트로폴리스
(Netropolis)"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집집마다 깔린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시민들은 안방에 앉아 다양한
행정 서비스를 받고 있다.

전자정부의 출현으로 민원행정절차가 디지털방식으로 바뀌어 종이문서는
사라졌다.

민원은 인터넷을 통해 리얼타임으로 접수, 처리되고 간단한 민원은 인공지능
컴퓨터로 만들어진 "사이버 공무원"이 즉시 처리해준다.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담당공무원을 만나 민원상담을 한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안방에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투표를 끝내고
법안 입법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자공청회에 참여한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