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향방은 내년 세계경제의 최대 복병이다.

그동안 아시아와 중남미 러시아의 외환위기와 일본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미국경제가 뒤에서 받쳐준 덕분이었다.

미국의 99년 국내총생산(GDP)은 약 9조달러, 세계 총 GDP의 약 30%나 된다.

지구상의 2백여개 국가중 한 나라가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게
오늘날 세계경제의 현실이다.

여기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최강국의 경제가 잘 나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나 반대로 삐꺽하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경제가 이런 존재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위국인 일본의 GDP(약 4조달러)는 미국에 한참 처져 절반도 채 안된다.

지난 3년간 미국경제는 그야말로 날고 뛰었다.

연간 4%의 경제성장률에 2%미만의 인플레는 신경제(new economy)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다.

"성장률이 높으면 물가는 불안해진다"는 전통 경제이론이 적용되지 않자
신경제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의 신경제가 내년에 끝날수 있다는 점이다.

미상무차관을 지낸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학원장은 최근 미경제 앞날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올해 3차례의 금리인상 영향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다 내년 상반기중 금리가 한두차례 더 인상되면 이는 경기추락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중앙은행인 연준리(FRB)는 경기연착륙(소프트랜딩;물가가 불안하지
않은 가운데 성장률이 2.5-3%선으로 사뿐히 낮아지는 것)을 위해 금리인상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의 현 경제여건으로 볼 때 신경제가 지속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신경제의 이면에는 불안한 그림자도 짙다.

신경제가 너무 밝다 보니 뒤에 가려진 어둠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빛이 환한 만큼 그림자도 그만큼 짙게 마련이다.

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같은 일부 경제학자
들은 미국의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기침체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하드랜딩(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는
것)의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 미국의 신경제에 가려져 있는 위험요소들은 적지 않다.

우선 무역적자가 엄청나다.

올해 2천5백억달러로 추정되는 무역적자는 내년에 3천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아무리 미국경제라도 무역적자가 이정도 되면 그 부작용은 심각해진다.

달러약세와 그에 따른 미국금융상품(주식과 채권)의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

국가가 무역적자로 짓눌려 있는 만큼이나 기업과 개인들도 빚더미에 올라
있다.

현재 민간저축률은 3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빚은 사상최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부족한 투자재원을 외국돈으로 메워나가고 있다.

국채를 발행, 해외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 통해 투자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아직은 잠잠하나 인플레우려도 살아있다.

내년 국제유가는 적어도 올해 평균치의 1.5배(배럴당 20~24달러)는 될
것이란게 일반적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걱정을 하지 않을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기업들의 순익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 미금리가 더 올라가고 기업의 실적감퇴가 현실화될 경우 주가급락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주가급락사태는 일반 국민의 소비위축으로 직결된다.

민간 소비는 미국경제의 핵으로 GDP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고 그 영향으로 소비활동이 둔화될 경우 미국경제가 나아갈
길은 뻔하다.

미국경제 성장률이 1%대로 급격히 둔화하는 하드랜딩의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국경제의 하드랜딩은 세계경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세계경기 불황과 세계증시 하락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정훈기자 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