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12월 12일 캐나다 뉴 펀들랜드 세인트존스.

시계바늘이 영국 그리니치 시각 정오를 향해 부지런히 내달릴 무렵 한
사나이가 다소 엉성해 보이는 기계앞에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드디어 정오.

기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탁탁탁".

"왔다!"

사나이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탈리아의 발명가인 굴리엘모 마르코니(1874~1937)에 의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무선전신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모르스 부호로 "S"라는 신호를 보낸 영국 콘월주 폴듀에서 세인트존스까지는
3천5백70km.

수천m 떨어진 곳에서 선없이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본격적인
무선통신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가 세운 마르코니 무선전신회사는 후에 라디오와 TV방송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한 초석이 됐다.

방송매체로서 라디오 시대의 문을 연 사람은 "라디오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 드 포레스트(1872~1961)다.

그가 1906년에 발명한 3극 진공관은 무선전파에 음성과 음악을 실어보낼
수 있게 했다.

드 포레스트가 뉴욕시의 파커빌딩에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해 실험방송을
한 것은 1907년.

이후 1914년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무선전신산업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1920년 11월2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프랭크 코나드의 지휘
아래 KDKA방송국을 설립하고 정규 방송을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방송국이자 라디오 방송의 효시다.

이후 1920년대 초 AT&T가 뉴욕에 유료방송국 WEAF를 설립하면서 라디오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1940년대 본격적인 텔레비전 시대가 열리고 6백개 이상의 FM방송국이
개국하면서 라디오는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라디오가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잡는데 50여년이 걸린데 비해 텔레비전은
불과 20년만에 각 가정의 거실을 장악했다.

텔레비전은 1817년 스웨덴의 화학자 베스셀리우스가 셀레늄( selenium )이라
명명된 새 금속을 발견하면서 그 가능성이 열렸다.

셀레늄은 광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중금속.

"화면전송"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기술 개발은 1894년 니코프의 주사 디스크다.

이 주사디스크를 이용해 1926년 영국의 존 베어드는 최초로 기계적인
텔레비전을 만들어 냈다.

1928년 미국의 블라디미르 즈보르킨이 전자식 텔레비전을 개발하면서 보다
간단하고 선명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의 정규 텔레비전 방송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1936년 8월 BBC가 하루 두시간씩 정규 텔레비전 방송을 내보낸 것.

하지만 텔레비전 방송이 일반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 기간중 미국 라디오방송공사(RCA)자회사인 NBC가 개막식 중계를
하면서부터다.

이날 루스벨트 대통령은 텔레비전에 출연한 미국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이후 TV방송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다.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텔레비전 붐은 일시에 얼어붙었다.

잠시 답보상태에 빠진 TV방송은 1946년 BBC가 방송을 재개하고 미국정부가
TV수상기 생산금지를 해제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1950년대 프랑스 독일등 유럽국가들도 잇달아 텔레비전 정규방송에
뛰어들었다.

1954년엔 미국에서 컬러텔레비전이 처음 시판된다.

텔레비전 방송은 1962년 또다른 전환기를 맞게된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최초의 위성 텔스타 1호를 쏘아올리면서 인공위성을
통한 텔레비전 송신이 가능해졌고 시청자들은 자기집 안방에서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형태의 방송을 계속 만들어냈다.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케이블 방송이나 직접위성방송 외에도 고선명 TV(HDTV), 쌍방향 TV들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과 함께 등장한 인터넷
방송도 주목할만 하다.

인터넷 방송은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 서비스는 물론 VOD( Video on Demand )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만큼
무한한 시장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매체로 부상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