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 미국 재무장관 >

지난 50년간 세계 무역협정은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 각국에 많은
이득을 안겨 주었다.

자유무역의 확대는 각국의 부를 증진시켰고 부의 축적으로 세계는 평화와
번영을 누릴수 있었다.

이달초 시애틀에서 열렸던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이 비정부기구
(NGO)들의 반대와 준비미흡 등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앞으로 WTO회원국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만이 세계의 발전을 보장하고 세계평화를 공고히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해초에 다시 열리게 될 WTO 농산물 및 서비스협상은 세계화
가 주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실현시키는 무대가 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의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자유무역에 대한
위험 요소들을 피해 나가야 한다.

지난 19세기말 미국의 각 주들은 경제적 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의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공동의 규칙을 제정하는 것은 공평한 세제와 노동기준을 갖추려는 각 주정부
들의 노력을 서로가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

오늘날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이코노미"에서는 이런 공동규칙의 제정이
더욱 필요하다.

WTO회원국들이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을 확대하면서도 각국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통합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할 때 미국 정부가 지원을 받는 나라의 노동 여건과 부패 정도 등 다양한
사안들을 좀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노동과 강제노역은 자유무역의 이익을 노동을 착취하는 소수집단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으로 WTO도 노동과 환경등 첨예한 국제문제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제교역 규모가 커지면서 그동안 WTO의 논의 대상에 새로운 분야들이
포함돼 왔듯이 앞으로도 WTO의제는 나날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50년전만해도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농산물, 식품안전성 등은 국제 무역회의
의 안건이 아니었다.

당시 이 문제들은 순수한 국내 문제로 취급됐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통합되면서 이 항목들도 우루과이라운드부터 협상의제가
됐다.

물론 많은 개도국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노동과 환경문제를 보호주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경계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과 환경문제를 논의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이 문제들에 대해 협상국들이 합의했을 때 돌아오는 혜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9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1차 WTO 각료회담에서는 모든
회원국들이 국제 노동기준 제정은 물론 WT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협력
강화에 동의하지 않았던가.

WTO는 앞으로 교역및 투자의 증가가 고용과 사회안전망, 그리고 아동노동력
의 착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끊임없이 조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ILO가 WTO의 영구적인 옵저버 임무를 맡아야
한다.

WTO내 무역및 환경이사회는 환경문제에 대한 뉴라운드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각국 협상대표들이 시장개방과 환경보호가 공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그중 어업보조금 철폐 문제는 이 보조금이 경쟁구조를 왜곡하고 어획량의
지나친 확대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환경의제로 분류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WTO를 보다 개방적인 기구로 만듦으로써 국제무역 시스템의
투명성과 포괄성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쟁해결과정을 언론에 공개하고 비정부단체 NGO들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의제를 이런 분야에까지 확대시키면 WTO가 그 핵심 임무로부터
벗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참된 국제 무역시스템은 오로지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 위에서만
세워질 수 있다.

때문에 이같은 주장이 뉴라운드의 성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WTO가 세계 경제통합과 다른 가치들과의 관계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일부냐, 아니냐"는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WTO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느냐"이다.

즉 WTO를 세계 경제통합과정에서 구경꾼으로 만들지 않고 건설적인 참여자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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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에 실린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
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