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지닌 국가경쟁력의 또다른 요소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확고한 신념이다.

즉 자본주의적 전통이 일찍부터 정착한 것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6세기초 취리히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이 그 뿌리다.

막스 베버의 해석에 따르면 종교개혁의 기틀이 된 프로테스탄트적 윤리관은
경제적 성과를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 형성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스위스는 종교개혁 이후 프랑스 등 인근 국가로부터 이주민을 받아
들였고 신교뿐 아니라 구교도 동시에 국교로 인정하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보였다.

이런 역사적 전통으로 인해 스위스 국민들은 조화, 중재, 협상 등에 능하고
아무리 심각한 내부갈등도 결정적인 순간에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

그 정서는 노사관계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스위스에서 파업과 공장폐쇄는 찾아보기 힘들다.

단체협약과 중재에 의한 이해조정이 스위스 노사관계의 기본정신이다.

때문에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거의 없다.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임금을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는 수십년동안 1% 미만의 실업률을 유지해 왔다.

90년대 들어 실업률이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유럽대륙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전통은 정부의 효율성도 높이는 요인도 된다.

정부의 규제가 없고 기업활동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스위스 정부는 교육과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세계최고 수준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부문에 대한 정부보조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스위스는 중앙정부의 외채비율과 정부의 관료주의 정도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낮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스위스의 대외개방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 개방성은 단순히 무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기업의 국제화,
인력이동까지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WEF의 평가에서 스위스는 해외자본시장에 대한 접근도가 세계 2위, 외환거래
와 국경간 벤처투자는 세계 4위와 5위로 평가됐다.

또 인적자원의 국제화는 스위스 최대기업인 네슬레의 최고경영자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브라벡 레머드 회장이 선임된 사실이 단적으로 대변한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