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가파른 환율급락(원화가치의 상승)은 외환수급 불균형의 결과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밀려드는가 하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외자유치로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의 유입이 늘어 달러의 공급초과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큰 폭으로
호전되고 있어 원화가치의 상승은 불가피한 대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요즈음의 원화절상은 너무 가파르다는게 문제다.

지난 10월말 달러당 1천2백원선이 무너진 후 지금은 달러당 1천1백20원대를
기록, 한달보름 동안 무려 6%를 넘는 평가절상이 이뤄졌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 4%에도 훨씬
못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절상으로 수출기업들이 어느정도의 타격을
받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현 시점에서 환율 안정이 우리경제의 지속성장과 국제수지
흑자기조 유지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특히 내년도 외환수급 사정도 달러의 공급초과가 예상된다는게 대다수
연구기관들의 분석이고 보면 여러가지 상황변화에 대처할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

환율안정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중앙은행 등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해
가격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은 통화 및 금리변화에 영향을 주는
등의 부작용도 적지않기 때문에 응급처방으로는 유효하지만 근본대책은
못된다.

따라서 외환의 수급균형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최근의 급속한 달러유입은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외자도입을 통한 부채비율
인하와 해외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몰아세운 결과라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시한에 쫓기다 보니 헐값매각이 나타나고, 그로인해 국부의
해외유출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외환위기의 급한 불이 꺼진 만큼 이제는 좀더 거시경제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 외자도입과 기업 해외매각등의 완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외환수급과 관련, 덧붙이고 싶은 것은 투기성 외화자금의 유출입동향을
철저히 파악하고 규제할수 있는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입과 이탈은 환율불안의 차원을 넘어 자본및
금융시장을 마비시켜 경제전반을 교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의 원화급등도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기업해외매각 문제를 포함한
내년이후의 외환수급대책도 좀더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