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명공학 기술이다"

반도체를 능가하는 거대 부가가치를 창출할 생명공학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인간게놈"을 밝혀내기 위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 생거센터 등 5개 연구소가 공동으로 인간의 22번 염색체 염기
서열 전부를 밝혀냄으로써 백혈병 등 질병치료의 가능성을 높였다.

인류에게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함께 21세기가 희망이 가득한 ''유토피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인간게놈프로젝트 현황 =인간게놈프로젝트는 80년후반 미국 등을 중심
으로 시작됐다.

신에게 도전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가능성은 선진국들이 프로젝트
에 뛰어들도록 했다.

이들의 목표는 22쌍의 상염색체와 X,Y로 표현되는 성염색체 등 모두 24개
염색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순차적으로 밝히는 것.

미국이 이미 밝혀낸 염기서열의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각국이 후속 염기
서열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등은 염기서열중 기능발현 부분을 찾아내 구체적인 기능발현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각 염색체별 염기서열을 모두 합치면 전체 30억개의 30%가
넘은 10억개에 달한다.

그러나 염색체의 모든 염기서열이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3천3백만개의 염기
서열을 가진 22번 염색체가 처음이다.

22번 염색체는 23쌍 염색체중 21번 다음으로 가장 적은 크기다.

그러나 결함이 생기면 광범위한 질병과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유전자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면역체계에 관여하고 선천성 심장병, 정신장애, 백혈병 등
일부 암과도 연관이 있다.

또 정신분열증과 연관된 유전자도 이 염색체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
유전자만 찾아내면 정신질환도 퇴치할 수 있다.

<> 미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 =미국은 지난 86년 에너지성(DOE)이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88년부터는 국립보건원(NIH)과 DOE가 중심이 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 기관은 지난 90년 게놈프로젝트 5개년 계획을 발표한후 93년 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급속한 기술의 발전으로 지난 98년 모든 인간 염색체의 유전자를
2003년까지 밝히겠다는 3차계획을 세워 착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유전자정보의 다양성을 분석하고 기능유전자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NIH는 지난 97년 게놈프로젝트를 총지휘할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를
설립, 미국내 16개 게놈연구센터와 대학을 집중 지원토록 했다.

미국의 DOE와 NIH가 88년이후 인간게놈프로젝트에 투자한 금액은 98년의
3억3백만달러를 합쳐 총 17억6천6백만달러에 달했다.

<> 유럽과 일본의 연구현황 =미국보다 늦은 8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95년부터 프랑스 영국 등 역내 11개국이 참여해 유전자 염기서열, 기능
유전자 조절분석, 유전병진단, 유전자치료,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전다형성연구소(CEPH)는 지난 95년 인간게놈의 물리적인 특성을
표시한 일차 물리지도를 작성,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국은 의학원이 89년부터 3년동안 매년 1천1백만파운드를 인간게놈프로젝트
에 지원했다.

또한 인간게놈지도 및 소재센터(HGMRC)를 설립, 운영중이다.

영국의 제약회사인 글락소-웰컴은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위한 생거센터를
설립, 5년간 4천4백만파운드를 지원했다.

또 옥스포드대학에는 5년간 1천3백만파운드를 지원했다.

일본은 3,11,21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위해 98년 과기청 문부성 후생성 농수산성 통산성 등이 총 1억4천8백만
달러를 인간게놈프로젝트에 투자했다.

<> 국내 연구현황 =오는 20일부터 10년간의 일정으로 인간유전체사업단이
인간게놈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벌인다.

지금까지 연구소별로 수행해온 연구가 효과가 적다고 보고 1백50여명의
연구인력을 체계적으로 배치해 인간염색체를 연구키로 했다.

또 새로운 인간염색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밝히기 보다는 각국에서 이미
밝혀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염기서열별 기능을 밝히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염기서열을 밝히는 기초적인 연구는 이미 늦었다고 보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

[ 용어설명 ]

<> 인간게놈(Human Genome)이란 =

생명의 비밀은 물론 각종 질병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DNA) 다발을
말한다.

아데닌(A) 구아닌(C) 시토신(C) 티민(T) 등의 염기로 구성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밝혀내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암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또 인간게놈 기술을 지구상의 생물체에 적용하면 식량 환경 에너지 등 인류
의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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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놈연구 어디까지 왔나 ]

인간게놈프로젝트와 함께 동물, 식물, 미생물 등 다양한 생물의 게놈 유전자
를 밝히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던 것처럼 인류에게 유용한 것들을 생산하는
생물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보해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동물중 집중 연구되고 있는 것은 생쥐.

포유류에 속하고 인간의 게놈과 90%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또 유전형질을 쉽게 조작할 수 있어 인간 기능유전자의 발현을 밝혀내는데
생쥐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의 잭슨연구소와 의학원 산하 포유유전학연구소에서 오는 2005년까지
생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낼 계획이다.

꼬마선충은 유전자가 인간과 유사하고 실험하기 쉬운 동물이다.

이에따라 유전자 염기서열이 미국 워싱턴대학과 영국 생거센터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돼 98년 12월에 모든 염기서열이 밝혀졌다.

식물에서는 게놈이 작고 곡물과 유사해 많은 종자를 생산하는 애기장대가
집중 연구되고 있다.

연구에는 벨기에 캐나다 한국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식물호르몬수용체
발견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쌀의 게놈도 다양한 변종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까닭에 생명체의 자연계
에서의 적응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다.

한.중.일을 비롯 유럽과 미국의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벼게놈프로젝트를
결성해 일본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2003년까지 4억3천만개인 벼 게놈 유전자 염기서열의 40%를 밝혀낼
계획이다.

1백여종에 달하는 미생물의 게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미 대장균(4백60만개 염기서열)과 고초균(4백20만개)의 게놈은 지난 97년
모두 확인됐다.

진핵세포미생물로는 처음으로 효모의 염기서열이 미국의 NHGRI, 영국
웰컴재단 등의 지원으로 97년 밝혀졌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