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실시된 "한.중 항공분야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공동
모의시험"은 중국 비즈니스 능력의 면모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시험장이었다.

한국은 한 항공사의 Y2K 대응실태를 점검하는 행사로 치렀지만 중국은
똑같은 행사를 중국전체의 "Y2K 문제 해결"을 전세계에 알리는 마당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다.

애당초 항공분야 Y2K 공동실험 계획을 세울 때 부터 중국의 시각은 우리와는
달랐다.

한국측은 시험비행기로 양국 국제공항을 회항해 돌아오는 간단한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양국의 시험비행기에 보도진과 항공 관계자들을 탑승시키자고 요구했다.

시험비행을 성공하면 성대한 자축행사도 벌이자고 제시했다.

실제로 모의시험 비행기인 아시아나 3311 특별기에 탑승한 한국쪽 관계자들
은 19일 새벽 1시45분 중국 베이징 신공항에 내리는 순간 상당히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중국 전통 옷을 입은 여인들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는 한국 쪽 탑승객들에
게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중국 민항관계자들도 대거 마중나와 한국 쪽 관계자들을 반겼다.

중국 보도진들의 취재열기도 대단했다.

이들은 오후 8시부터 무려 6시간이나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공항귀빈실로 안내된 한국 쪽 탑승객들은 도착하자 마자 중국 항공당국과의
비공식 회의에 "초대"됐다.

중국민항총국 왕지 국장은 이자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가장 가까운
데서부터 풀어야 한다"며 양국의 "우의"를 먼저 강조했다.

그리고는 "항공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Y2K는 중국에선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는 12월1일 전세계를 향해 "Y2K 문제해결"을 선포할 것이라는
계획도 그자리에서 공개했다.

한국측은 중국이 이제 더이상 "Y2K 문제국가"가 아님을 입증하는 증인이 된
셈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동남아 여러국가와 함께 "Y2K 불안지역"으로 분류된 요주의
국가였다.

미국 정부가 지난8월 중국에 체류하는 미국민 수송을 위해 Y2K문제 대응이
상대적으로 잘된 한국의 김포공항을 이용하라고 시달했을 정도였다.

중국은 이번 시험비행을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로 철저하게 활용했다.

기자의 입장에서보면 중국의 그런 의도는 "성공적"으로 비쳐지고도 남았다.

19일 밤 열린 만찬행사에서 중국민항 센위엔캉 부총국장은 "중국은 21세기를
자신있게 맞이할 준비가 다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행기 한대로 중국 전체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는 노련한 비지니스 기술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김문권 사회1부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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