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수학능력 시험이 있었다.

예년처럼 날씨가 추웠고 이런 날씨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움츠러 들었을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 수험생이나 곁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운 학부모 모두
그간의 노력을 평가받는 긴장된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긴장속에서 떨었던 것만은 아니다.

수시모집이나 특별전형 등으로 수능 이전에 이미 많은 학생들이 대학입학
합격증을 받아 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입시 이전에 미리 확보할 수 있고 대학의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기준에 의해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만큼 자율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하겠다.

물론 수험생들에게도 좋은 제도다.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주가 있으면 입시 과목 시험때문에 입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런 제도 덕분에 연예인들이 올해는 유난히 많이 대학에 들어가게 됐다.

연예인 역시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기준에 의해서 합격했는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데 있다.

대학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재주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어야 특별 전형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혀 관련없는 학과에 그냥 학교 홍보차원에서 입학을 허락했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몇년 후면 수험생수에 비해 입학정원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도 더 이상 앉아서 학생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보다 우수한 학생을 더 많이 입학시키기 위해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활동뿐
아니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품만큼 좋은 광고는 없다는 말처럼 우선 대학자체의 내실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밀려오는 잠을 쫓으며 밤늦도록 공부한 수십만의 수능 응시자와 교문에서
합격을 기원하던 학부모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

이런 허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왕에 합격한 연예인들은 입학후 면학에
힘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