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정보통신부가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인터넷PC(국민PC) 판매가 예상과 달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20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인터넷PC는 그동안 6만대정도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정통부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통부는 인터넷PC 보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8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이를 60만대로 낮춰 잡았다.

10월20일부터 연말까지 약 70일동안 60만대가 팔리려면 판매실적이 열흘에
8만대꼴은 돼야 한다.

그러나 20일이 넘도록 6만대 정도에 그쳤으니 "실패"라는 분석이 나올 만도
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잘 될 것이란 희망도 안보인다.

인터넷PC에 대한 잠재 수요는 인터넷PC 적금 가입자와 연말 특수이다.

그러나 이들 요인이 좋은 결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인터넷PC 적금 가입자가 13만여명에 이르지만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적금을 이용해 PC를 사는데 여러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적금으로 PC만 살 수 있을 뿐 프린터 등의 주변기기를 살 때는
자금 지원이 안된다.

또 PC를 산 이후에 이자를 내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불평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PC가 연말 특수 혜택을 볼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오히려 값싼 인터넷PC보다는 고가의 고급기종이 더 잘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급 기종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인터넷PC와 별 차이가 없어진데 따른
것이다.

최근 용산전자상가에서는 펜티엄III급 PC의 가격이 인터넷PC보다 불과
20만원정도 비싼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 가격 차이라면 인터넷PC보다는 고급 기종으로 수요가 몰리게 된다.

인터넷PC 판매가 부진하자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업체들은 "재미를 못보고 있다"고 불평한다.

구매자들은 "인터넷PC를 사는게 번거롭다"고 불만을 쏟아놓고 있다.

인터넷PC 공급업체들은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데다 마진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개 업체 가운데 현대멀티캡 세진컴퓨터랜드 컴마을 현주컴퓨터 등은
1만대 이상씩 팔아 어느정도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들 "빅4"를 제외하면 판매 실적이 회사별로 수천대에도 못미친다.

게다가 이익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PC 판매이후 전체 판매대수는 약간 늘었지만
마진이 작아 실제 이익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광고비 애프터서비스 판매점 마진 등 간접비용을 빼고 나면
본전이거나 오히려 밑지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PC용 소프트웨어를 한국소프트중심이 독점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비록 이 회사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이전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독점공급
업체를 선정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경쟁체제를 도입해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를 없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PC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주로 구입방법에 모아지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K씨는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인터넷PC를 살 수 없다"는 불만을 털어 놓았다.

우체국 적금에 가입한 사람이 인터넷PC를 신청하면 PC회사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되어 있는데 자신은 개인사업자여서 보증보험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로 인터넷PC를 살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부분의 인터넷PC 사업자들이 신용카드 거래를 꺼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마진도 작은데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신용카드를 받더라도 카드수수료와 할부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인터넷PC 판매를 꺼리는 상점도 많다.

인터넷PC를 팔아도 마진이 1만~2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인터넷PC를 찾아도 대부분 일반조립PC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20만~30만원만 더 내면 펜티엄III급 컴퓨터를
살 수 있는데 굳이 인터넷PC를 살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인터넷PC 사업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다.

한 달도 안되는 동안의 실적만 보고 성패를 따지는 것은 성급할 수도 있다.

또 인터넷PC가 국내 PC 가격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는데 기여했다는 것
만으로도 인터넷PC 보급사업은 성공적이란 평가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현실이다.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정통부가 나서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인터넷PC를 행정전산망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이런 노력의 하나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정통부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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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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