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디자인 선진국을 꿈꾸며 한국경제신문과 산업디자인진흥원(KIDP)이
디자인 붐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추진하는 "디자인 코리아"가 힘차게 발진
했다.

정부는 엊그제 디자인 코리아라는 부제가 붙은 제 1회 산업디자인 진흥대회
를 청와대에서 갖고 5년 이내에 독자 브랜드 수출국이 되겠다는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디자인은 상품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소로 첨단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함에도 우리는 생산기술에만 집착하며 이를 소홀히 여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드는 기술만 있으면 제품은 얼마든지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유 문구 악세서리 가전제품 자동차 등 일상적인 소비재의 생산기술
이 평준화되고 소비자들의 차별화 욕구가 커지며 기능보다 디자인에 의해
제품의 성패가 좌우되는, 디자인이 바로 경쟁력인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한때 우리의 수출 1위 품목이던 섬유산업이 오늘날 어려움을 겪는 것도
소비자가 요구하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상품 개발에서 선진국에 밀린 것이
거의 절대적 이유라 할 것이다.

디자인이 제품구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는 국내외에 수없이
많다.

우리 시장에서 외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도 다름아닌 디자인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디자인 실력은 품목별로 선진국의 50~80% 정도로
우리의 경제규모나 기술력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진다.

정부나 기업 모두 첨단 기술만 중시해 왔기 때문에 디자인산업에 대한
투자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매년 3만명의 졸업생을 쏟아내는 학교교육 역시 이론 위주의 교육에 머물
뿐 실전능력이 모자라는 인재들만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는 개개인이 모두 우수한 예술적 재능과
장인정신을 지니고 있어 디자인에서도 대성할 자질이 충분하다.

더구나 기술개발에는 평균 2~3년에 4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지만 디자인의
경우 6~9개월에 2천만원밖에 안 들 뿐더러 투자효과에서는 기술의 경우 5배에
불과하지만 디자인은 무려 22배나 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KIDP 조사)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디자인 인력양성, 디자인 벤처기업 육성, 디자인
지적소유권 보호강화, 디자인경영 체제확립 등의 발전전략은 이같은 반성이
토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결코 반짝하는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처지에서는 첨단 산업이나 미래 산업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 제조업이나 서비스에 부가가치를 덧붙여 세계적인 명품을
개발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산업의 육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과 디자인은 기업의 성공을 이끄는 두개의 수레바퀴나 마찬가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