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부채비율 200% 달성시한이 불과 두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금융기관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따라 자산매각 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그룹의 경우 연말까지 이를 달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무역 건설업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이 홍익대 선우석호 교수, 전경련 유한수
전무와 부채비율 200%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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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금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미만으로 낮추도록 돼 있는데
현재 어느정도까지 진척되고 있나.

<> 유한수 전무 =5대그룹의 경우 대우그룹을 제외한 4대그룹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가장 낮은 곳은 1백56%고 높은 곳은 2백53%다.

6~30대 그룹이 문제다.

최저 1백7%에서 많게는 3만%의 부채비율을 보이는 곳도 있다.

자본잠식된 곳도 상당수다.

-부채비율 축소가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보다는 증자에 주로 의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 선우석호 교수 =내부지분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된지 1년만에
부활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지주회사제도로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룹별로 특정업종에 핵심역량을 집중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 유 전무 =기업들의 최대 관심은 현금 흐름이다.

따라서 부채를 갚기보다는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다.

자산매각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부채비율 달성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건 증자를 하건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

증자과정에서 내부지분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실권주가 발생해 이를
계열사가 인수한 것일 뿐이다.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경기는 급속히 회복되고 있으나 투자는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부채
비율 2백%와 관련이 있다고 보나.

<> 유 전무 =대기업들은 영업수지 개선 및 자산매각으로 현금흐름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투자는 대기업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데 부채비율 2백%가
목을 죄고 있는 한 투자는 활성화되기 힘들다.

<> 선우 교수 =수익성이 좋은 기업은 부채비율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같이 수익성이 없는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투자부진은 과거의 과잉투자와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본다.

-연말까지는 불과 2개월이 남아 있는데 그때까지 부채비율 2백% 달성이
불가능한 그룹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유 전무 =30대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을 불과 2년만에 5백18.9%에서
2백%로 낮추는 것은 애당초 달성 불가능한 목표였다.

2년동안 1백60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라는 얘긴데 이는 무리다.

6대 이하의 경우 상당수가 부채비율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다.

부채비율 산정에 있어 업종특성을 감안한 예외인정, 탄력적인 회계기준
적용 등 신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 선우 교수 =물론 부채비율 2백%라는 것이 신성불가침이 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은 선단식으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한 그룹의 위기가
국가전체의 위기로 발전될 수 있다.

실제로 이같은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연말까지 부채비율 목표달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부채비율 달성을 위해 30대그룹이 연말까지 조달해야 할 자금규모는
어느정도 되며 이는 현실적으로 조달 가능한 것인가.

<> 유 전무 =연말까지 조달해야 할 자금은 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5대그룹이 3조원, 6~30대 그룹은 10조원 정도다.

대우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자산매각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이만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선우 교수 =동감이다.

연말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룹별 업종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 유 전무 =30대기업 집단의 업종구성을 고려함이 없이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업집단간 형평에 문제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기업집단 내에서도 이들 업종에 대한 부담으로 제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조선 항공 해운 등 대형 장치산업들은 투자에서 회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부채비율 조정이 어렵다.

<> 선우 교수 =선진국의 경우 2백%가 넘는 부채비율은 흔치 않다.

부채비율을 낮추지 않고는 선진국형 금융관행이 정착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부채비율이 1백%를 넘으면 은행대출은 얻기 힘든다.

1백%를 초과하는 부채는 직접금융 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져야 신용대출 관행이 정착될 수 있다.

-대우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비율
2백%가 자금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 유 전무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한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확보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자본시장 전체적으로는 자금흐름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부채비율 2백% 규제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라면 필요치 않은 자금
수요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자금시장 왜곡은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
이 크게 좌우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 선우 교수 =동감한다.

현상황은 부채비율 2백%에 의한 자본시장 왜곡보다는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더 크게 영향받고 있다.

부채비율 정책이 올 연말을 시한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자본시장
경색은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자금흐름에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된다.

-무역업 건설업 등 업종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 선우 교수 =외국의 경우에도 무역업은 부채비율이 2백%를 넘는 기업이
많다.

무역업은 수수료 업종이므로 부채비율이 높더라도 위험도가 낮아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다른 업종을 겸하거나 이자보상비율(지급이자/세전이익)이 3 이상인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돼서는 안된다.

건설업은 위험도가 높은 업종이므로 예외인정의 타당성이 낮다.

<> 유 전무 =무역업 건설업에 대한 예외는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 업종의 영업활동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 축소정책이 수출의 발목을 잡고 건설투자를 위축시켜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연말까지 부채비율 2백%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떤 제재조치가 이뤄지게
되나.

또 제재방식을 개선할 필요는 없나.

<> 유 전무 =은행과 기업 양측에 대한 제재가 예상된다.

은행에는 초과분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여 BIS 비율 산정시 불이익을 주고
기업에는 신규여신 중단 등 각종 금융제재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생결단식의 제재는 금융시장 참가자 모두에게 손해만 입힐 뿐이다.

<> 선우 교수 =시장규율에 입각한 제재가 바람직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자율을 높여 금전적인 페널티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 정리=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